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29일 코로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향해 가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3단계로 나눠 방역과 의료 대응을 달리하면서 ‘일상회복’으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르면 5월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낮아지고, 격리 기간도 7일에서 5일로 줄어들 예정이다.
로드맵은 현재 ‘심각’인 위기 단계를 ‘경계’로 바꾸는 시점을 1단계, 2급인 코로나의 감염병 등급을 4급으로 낮추는 시점을 2단계로 각각 제시했으며 ‘엔데믹화’된 상황을 3단계로 정했다. 1단계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해제, 미국의 비상사태 종료와 맞물려있다. WHO는 관련 회의를 4월 말~5월 초로 예정하고 있으며 미국은 5월 11일 비상사태를 종료할 예정이다.
2단계는 1단계 시행 뒤 의료계와 지자체 등 현장의 준비가 완료되면 시행하며 3단계는 코로나 유행이 인플루엔자 수준으로 엔데믹 상황이 될 경우다.
◇질병청장 “격리의무 완전해제 7월 예상”
유행 안정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면 1단계 시행 후 2단계로 넘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을 것으로 보이지만, 엔데믹을 뜻하는 3단계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방대본은 전날 브리핑에서 3단계 진입 시점에 대해 “올해 안에는 힘들고, 일러도 내년”이라고 설명했다.
1단계에서는 확진자 격리 기간은 7일에서 5일로 줄이고 임시선별검사소 운영을 중단하는 등 일부는 완화하지만 대부분 방역·의료 조치를 현행대로 유지한다. 입국 후 3일 이내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권고하는 검역 조치를 종료하면서도 의료기관과 취약시설에 대해 적용 중인 마스크 착용 의무, 감염취약시설 보호 조치는 유지한다.
의료기관의 일일 신고 체계를 지속하면서도 거의 매일 발표하고 있는 신규 확진자 등 관련 통계는 주간 단위 발표로 전환한다. 병상은 현재 한시지정병상(652개), 상시지정병상(433개)을 운영 중인데, 1단계가 되면 한시지정병상 운영을 최소화하고 상시지정병상 중심으로 운영한다.
2단계에서는 실내마스크와 확진자 격리를 권고로 전환하는 등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해제한다. 검사비, 입원치료비, 생활지원비, 유급휴가비, 치료비 등 지원책도 종료한다. 선별진료소를 운영하지 않고 입국시 건강상태 질문서는 유증상자만 제출하도록 한다.
감염 취약시설 보호책 중 요양병원·시설 입소시 선제검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종료한다. 감염병 등급이 4급으로 낮아지는 만큼 감시 체계가 표본감시로 전환돼 확진자 집계가 중단된다. 의료기관의 신고 주기도 매일에서 주간으로 바뀐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5월 초 정도에 (1단계로) 단계 조정을 한다면 한 7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2단계는 표본감시로 바뀌고 완전히 일반의료 체계로 편입되기 때문에 의료계, 지자체 준비가 잘 돼야 해 1단계 이후 2~3달 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3단계 돌입시 코로나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추진
2단계에서는 지정 원스톱진료기관과 의료상담센터가 각각 진료와 상담을 하는 현 외래진료 체제를 종료한다. 지정 의료기관이 아닌 일반의료기관이 코로나 진료를 하며 재택치료자 관리 체계도 운영하지 않는다. 정부가 병상을 지정하지 않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입원 여부를 결정한다. 입원 환자에 대한 치료비 지원은 중증환자로 대상을 좁힌다.
검사비는 감염취약층 등 일부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을 지원하고 대부분 비급여화돼 부담이 커진다.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지급하는 생활지원비와 종사자수 30인 미만 기업에 주는 유급휴가비, 보건소와 선별진료소, 감염취약시설에 지원하는 방역물자 지원도 종료한다.
3단계에서는 사실상 모든 방역·의료 조치가 해제된다. 백신 접종은 국가필수예방접종 체계로 전환한다. 베클루리주,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등 치료제 무상지원도 없어진다. 다만 치료제가 고가인 만큼 정부는 이들 치료제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방대본은 “향후 2~3년간 소규모 유행이 반복되더라도 안정화 추세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면역 회피 가능성이 높은 신규 변이 출현 등으로 작년 여름 유행 규모를 상회하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한시적으로 일부 시설에 대한 실내마스크 의무, 입국 전후 검사, 임시선별검사소 등을 재도입하고 대응 체계를 총리 주재 범정부 회의로 격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