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피부과. 로비에 40대 일본인 일행 3명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병원 직원은 능숙한 일본어로 환자에게 주름 개선 시술에 대해 설명했다. 진료실에서는 미국에서 온 20대 여성이 막 상담을 받고 나왔다. 병원 관계자는 “미국·유럽·일본 등 외국 환자들이 늘면서 재일 교포와 미국 유학생을 직원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유행이 잦아들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24만8110명으로 전년 14만5842명 대비 약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단기 체류 외국인 가운데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닌 상태로 진료를 받은 환자를 집계한 것이다. 아직은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49만7000명)의 절반 수준이지만 코로나 대유행으로 2020년 11만7000여 명까지 크게 줄었던 외국인 환자 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온 환자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2021년 3305명에서 지난해 2만1757명으로 6.6배 규모가 됐다. 일본은 외국인 환자의 국적별 비중에서 8위에서 3위로 껑충 뛰었다. 일본인 환자는 성형외과 진료를 받기 위해 온 환자가 8600명(39%)으로 가장 많았다. 피부과 환자가 6886명(31%)으로 뒤를 이었다. 외국인 의료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 강남메디컬투어센터에 따르면 올해 1~3월 의료관광 문의 건수는 55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약 2배로 늘었다. 센터 관계자는 “문의하는 외국인 중 3분의 1이 일본인으로 가장 많다”며 “무비자 방문이 가능한 데다 한류(韓流) 열풍에 따른 케이뷰티(K뷰티)의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에서 온 환자가 4만4095명(17.8%)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4만3923명으로 둘째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외국인 환자로 잡히는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의 진료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매년 가장 많은 환자가 찾아오는 나라였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이동 제한 조치 이후 다소 주춤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