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송홧가루가 산과 들을 덮기 시작했다. 송홧가루는 소나무 수꽃에서 암꽃으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꽃가루(pollen)다. 5월이면 주차한 자동차나 공원 벤치 등에 노란색으로 수북하게 쌓인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산림의 4분의 1을 차지한 만큼, 봄마다 눈에 보이게 날리는 송홧가루를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꽃가루’라는 용어 때문에 노랗게 쌓이는 송홧가루나 하얗게 날리는 민들레 씨와 수양버들의 솜털 달린 씨 등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큰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지 않는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송홧가루·개나리·벚꽃 등 눈에 보이는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고 했다. 보이는 꽃의 가루가 아니라 안 보이는 나무의 생식 입자가 알레르기를 많이 유발한다는 것이다.
송홧가루 직경은 45~70마이크로미터(㎛)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오리나무(25~27㎛)나 자작나무(23~25㎛), 참나무(30~45㎛)보다 큰 편이다. 머리카락 직경이 100㎛ 이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알레르기 환자 198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반응을 보인 사람은 자작나무가 16.6%로 가장 많았고 오리나무(16.4%), 참나무(12.5%), 소나무(11.6%) 순이었다. 국립기상과학원도 자작나무·오리나무·참나무 등은 알레르기 유발 식물로 보지만 소나무는 유발성이 약하다고 분류한다. 다른 꽃가루에 비해 심하진 않지만 송홧가루도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알레르기는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른데, 송홧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큰 꽃가루가 날리는 것을 보면서 심리적 요인으로 재채기 등이 날 수도 있다고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꽃이 피는 봄철에 심하지만 원인에 따라 1년 내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시기별로 2~3월에는 오리나무·개암나무, 4~5월에는 자작나무·참나무·소나무 등의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6~7월에는 호미풀·오리새 등 목초의 꽃가루가, 8~10월엔 돼지풀·쑥 등 잡초에서 날리는 꽃가루가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