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초등학교 2학년 현진이는 눈 밑에 다크서클이 있는데 갈수록 심하게 짙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현진이의 엄마는 아이가 밤늦게 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피곤해 보이지도 않는데 어린 나이에 벌써 다크서클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병원을 찾았다.

소아 환자를 진료 중인 이경훈 중앙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경훈(호흡기알레르기분과) 교수 /중앙대병원

눈 밑 지방이나 색소 침착으로 눈 밑부분이 거무스름하게 어두워 보이는 ‘다크서클(dark circle)’은 눈 주변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가라앉거나 눈 밑 피부가 얇아서 혈관이 드러나 어두워 보이는 경우 또는 눈 밑 잔주름이나 눈 밑 지방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아이나 여성에게서 다크서클이 생기는 이유 중에는 ‘알레르기 비염’이 원인인 경우도 많아 관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 코 혈관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눈 밑에 혈류가 머물러 색소가 피부에 침착해 다크서클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 코로 숨 쉬기가 어려워 입으로 숨 쉬는 습관이 오래되면서 얼굴형이 길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가 눈 밑 다크서클이 심하다면 알레르기 비염이 아닌지 한번쯤은 의심해 보고 병원을 찾아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이경훈 중앙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호흡기 알레르기 분과) 교수는 “실제 소아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약 60~70%가 다크서클을 동반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특히 다크서클이 짙고 크기가 클수록 알레르기 비염의 중증도가 올라간다”고 했다. 이 교수는 “20세 미만 소아·청소년에서 알레르기 비염의 유병률은 18%, 한번이라도 경험하는 비율은 23% 정도로 아주 흔하다. 소아보다는 청소년 연령층에서 더 많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의 경우 알레르기 비염이 있다면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비염으로 코막힘이 심하면 입으로 숨을 쉬어 아이들이 호흡기 질환에 자주 걸리고, 구강 구조나 안면 윤곽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끼쳐 부정교합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알레르기 비염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비염이 심해지면서 산소가 뇌로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만성피로와 코 점막이 붓고 코에 콧물이 가득 차 코막힘과 두통, 다크서클, 집중력 저하 등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경훈 교수는 “어린 아이가 알레르기 비염인 경우 보호자가 증상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기도 하고, 아이도 증상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해 초기에 치료 시기를 놓쳐 시간이 지난 뒤 한의원 등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어린 아이의 알레르기 비염을 빨리 치료하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추후 치료 기간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장, 외모, 성격 및 학습 능력에도 나쁜 영향을 끼쳐 집중력, 암기력, 기억력 등이 저하될 수 있다”며 “실제 알레르기 비염 환아들에게서 학습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논문들이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학습 수행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의 알레르기 비염을 감기로 오인해 항생제를 자주 복용해서 식욕 부진과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는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이유로 소아청소년기 알레르기 비염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 아이를 관심 있게 관찰해 다크서클이 있거나 코막힘, 콧물, 재채기 등이 잦고 두통, 안구 충혈 등 증상이 있다면 호흡기 알레르기 전문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을 찾아 알레르기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혈액 검사나 피부 반응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유발 물질 항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식품 요인과 흡인성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흡인성 요인의 경우 꽃가루와 동물 털, 집먼지 진드기 종류 등 알레르기 인자를 확인할 수 있다. 약 100여 가지 종류의 원인을 한번에 확인해 해당 알레르기 물질에 대한 회피와 약물 치료를 통해 경과를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증상이 심한 경우 적극적인 약물 치료와 함께 알레르기 면역요법을 시행해 볼 수 있다. 알레르기 면역치료는 해당 알레르기 항원을 단계적·반복적으로 인체에 노출시켜 면역 관용을 유도해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다. 주로 3년에서 5년 정도 시행하면 알레르기 질환의 호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면역치료는 우리 몸이 점차 적응할 수 있도록 소량의, 낮은 농도의 알레르기 물질을 투여해서 점차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팔에 주사를 맞는 ‘피하주사면역요법’, 혀 밑에 약물을 떨어뜨리는 ‘설하면역요법’, 알레르기 식품을 복용하는 ‘경구면역요법’으로 나뉜다.

원인 물질을 서서히 증량해가면서 우리 몸이 점차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해 알레르기 반응이 둔화되어 알레르기 면역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경훈 교수는 “식품 알레르기의 경우에는 경구면역요법으로 실제 음식을 통해서 3~4개월간 증량기를 거치고 이후로 총 3~5년 정도 유지 시기를 진행하게 된다”며 “특히 설하면역요법의 경우에는 집먼지진드기에 국한해 면역치료가 가능하다. 보통 3~7일 정도 증량기를 거치고 3~5년 정도 유지 시기를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피하주사면역요법의 경우에는 집먼지진드기, 동물, 꽃가루 등 다양한 알레르기에 대해 면역치료가 가능하다. 3~4개월 증량기를 거치고 이후 3~5년 정도 유지 시기를 진행한다. 증량기에는 매주 피하주사를 맞고 이후 유지 시기에는 한달에 한 번씩 피하주사를 접종하면 된다.

면역치료 효과는 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다. 약 80~90%에서 알레르기 증상이 호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치료에 효과가 있는 환자군의 경우에는 치료를 시작하고 빠르면 2~4개월 이내에 알레르기 비염, 천식, 알레르기 결막염 증상이 호전을 보인다.

이경훈 교수는 “아이가 알레르기 비염일 경우 원인 알레르기 물질의 회피,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요법, 면역치료를 아이의 중증도 및 선호도에 따라 치료를 결정할 수 있다”며 “면역요법은 약물치료로 증상 조절이 어렵거나 장기적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시도해 볼 수 있는데, 소아의 경우 만 5세 이상부터 면역치료가 가능하나 대개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