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 방역 조치를 대부분 해제하며 사실상의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을 선언한다. 2020년 1월 20일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뒤 3년 4개월 만이다. 코로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고 7일 격리 의무를 해제하는 내용의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한다.
발표 내용 중에는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고 감염병 등급도 2급에서 4급으로 내리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병의원과 약국, 감염취약시설 등에 남아있는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3년 4개월만에 대부분의 방역 규제가 사라지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겠지만 이제 풍토병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며 “위기 상황은 끝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의 재난관리는 범정부 차원의 중대본이 주도했던 것에서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혹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총괄로 변경될 전망이다. 다만 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에는 격리 의무를 남겨두자는 의견도 있다. 격리 의무는 사라지더라도 격리를 5일간 ‘권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시행 시점은 이달 말 혹은 다음달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격리 의무를 해제하려면 고시 개정이 필요한데, 행정예고와 규제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20일 가량은 소요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위기단계를 경계로 하향하면서 확진자 격리 기간을 7일에서 5일로 축소하는 등의 1단계 조치를 시행한 뒤 2달 가량의 준비 기간을 거쳐 감염병 등급을 조정하면서 격리 의무 자체를 없애는 등의 2단계 조치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내 유행 상황이 안정적이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에 대한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의 해제를 결정하자 1단계와 2단계를 합쳐서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과 9일 열린 전문가 자문위원회 회의와 위기평가회의에서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현시점에서 2단계 조치를 함께 시행해도 문제없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의료체계 역시 상당부분 일상 체제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다만 2단계에서 중단할 예정이던 검사와 치료, 예방접종, 생활지원 등에서의 지원책은 계속 유지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일상회복의 마지막 단계로 보고 있는 3단계는 내년 중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가 인플루엔자 수준이 될 경우 시작되는 3단계에서는 모든 방역·의료·지원책이 중단된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엔데믹 선언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남아있던 불안감을 해소하고 우리 일상으로 돌아가서 원래의 삶으로 적응해나갈 수 있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