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사라지는 등 방역 조치 대부분이 해제된다. 2020년 1월 20일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뒤 3년 4개월 만에 사실상의 ‘엔데믹(풍토병화)’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코로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고 7일 격리 의무를 해제하는 내용의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6월 1일부터 코로나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코로나의 치명률이 하락하고 확진자도 안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중보건 위기 상황 해제 발표 등을 감안한 것이다.
◇동네 병원·약국서도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코로나 확진자의 7일 의무 격리 기간을 ‘5일 권고’로 전환한다. 코로나 확진이 됐을 때 의무적으로 격리해야 하는 기간이 없어진 것이다.
현재 입소형 감염 취약 시설(요양병원 등)과 의료기관·약국에서 유지되고 있는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도 대형 병원 등 병상 30개 이상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 취약 시설만 남기고 대부분 해제한다. 동네 의원급 병원과 약국에서는 앞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감염 취약 시설 종사자에게 주 1회 실시했던 선제 검사 의무를 발열 등 증상이 있거나 다수인 접촉 등 필요 시 시행하는 것으로 완화한다. 입국 후 3일 차에 권고하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 권고도 해제된다. 정부는 격리 권고 전환을 위한 행정 절차가 빠르게 완료될 경우, 6월 1일 이전에도 이러한 방역 조치들을 조기 시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고위험군 중심의 PCR 검사 시행을 위해 선별진료소 운영은 유지하고, 현재 9개 소로 축소된 임시선별검사소는 운영을 중단한다. 진단‧치료‧처방이 가능한 원스톱 진료 기관과 재택 치료자를 위한 의료 상담 및 행정 안내 센터 운영은 현재 지원 체계를 유지한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4주간의 일평균 사망자 수는 7명이고 치명률은 0.06%로 질병 위험도가 크게 하락했다”며 “높은 면역 수준, 충분한 의료 대응 역량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완만한 증가세가 있지만 현 대응 체계에서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입원치료비·격리지원금 등은 당분간 유지
6월 이후에도 치료비 지원은 일단 유지한다. 백신 접종은 누구나 무료로 가능하며, 치료제는 무상 공급하고 전체 입원 환자에 대한 치료비도 계속 지원한다.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등 일부 격리 지원도 당분간 계속한다.
감염 시 건강 피해가 큰 환자들이 밀집된 의료기관의 감염 관리를 위해 입원 환자와 보호자(간병인)의 선제 검사는 현행대로 유지한다.
매일 발표하는 확진자 통계는 주 단위로 전환하고, 위기 단계 하향에 따라 정부 대응 체계도 범정부 중대본에서 보건복지부 중심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심으로 바뀐다.
전문가들은 방역 조치가 대부분 해제되더라도 방심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코로나가 종식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1주일에 1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5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전염병 전문가들이 향후 2년 내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에 필적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확률이 적지 않다는 경고를 백악관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의 트레버 베드퍼드 연구원은 “팬데믹 초기 2년보다 현재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출몰 가능성이 작다고 볼 수 없다”며 “현시점부터 2025년 5월까지 오미크론과 같은 규모의 전파가 일어날 확률이 40%”라고 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국가적 위기 상황은 벗어났으나 방역 당국을 비롯한 각 부처와 지자체는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책무를 다할 것”이라며 “스스로와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손 씻기, 환기와 소독, 기침 예절 등 감염 예방을 위한 방역 수칙 준수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