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여 명의 누적 확진자, 10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기록해 ‘코로나 최대 피해국’으로 꼽히는 미국이 11일(현지 시각) 코로나 비상사태 해제를 선언할 예정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일 코로나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국제사회가 지난 3년 4개월 동안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을 벗어나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코로나 팬데믹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를 선언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코로나를 상대로 한 ‘전면전’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검사와 무료 백신, 긴급 조치를 위한 연방정부 자금 등 막대한 방역 예산 투입을 중단해 미국 경제가 팬데믹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최고 수준 공중보건 경계 선언인 PHEIC 해제를 공식 발표하며 “코로나를 장기적 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코로나의 질병 위험도가 크게 떨어지고 의료 대응 역량이 높다고 판단, 국제적인 비상사태에서 벗어날 시기가 됐다는 판단이다.
일본은 코로나의 법정 감염병 등급을 ‘2류 상당’에서 독감과 같은 ‘5류’로 낮추기로 했고, 관련 방역 조치를 해제했다. 코로나 확진자 집계도 주간 집계로 바꿨다. 독일은 지난해 11월 일부 주에서 코로나 격리 의무를 해제하며 사실상 엔데믹에 돌입했다. 지난 1월 코로나 감염 후 음성 판정을 위한 검사를 유료화했고, 2월부터 열차 등 장거리 대중교통 수단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가 의료기관 등을 포함, 일상생활 전반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풀었다.
중국은 현재 시행 중인 저강도 방역 정책을 유지할 방침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 봉쇄 중심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서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했지만, 3월 이후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사망자 규모도 방역 규제 완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중국에서 코로나가 재유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우리 방역 당국의 판단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는 지난달 확진자가 급속히 늘면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다시 의무화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코로나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 대외적으로는 국경 봉쇄를 고수하는 모양새지만, 운행을 중단했던 10량짜리 화물 열차가 지난해 9월 이후 매주 한 번꼴로 단둥~신의주를 오가고 있고, 올 초에는 북한 나진과 중국 훈춘을 연결하는 화물 트럭 운행이 재개됐다.
국제사회의 코로나 엔데믹 전환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각국의 의료 대응 역량 격차가 크고 코로나 변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7억6590만명이 코로나에 감염됐고, 693만명이 숨졌다. 전 세계 인구 중 코로나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한 사람은 51억3000만명(64%)이다. 11일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총 3135만명으로, 3만4583명이 사망했다. 2차까지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4470만명(87%)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