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가정에서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게 하는 구조를 깨부수지 않으면 한국의 출산율은 더욱 낮아질 겁니다. 이대로면 2750년엔 한국이란 나라가 소멸(extinction)할 수도 있어요.”
세계 인구학 분야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77)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또 한번 섬뜩한 전망을 내놨다. 콜먼 교수는 지난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이 심각한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나라가 될 거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17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국가 소멸을 부르는 한국의 초저출산, 세계적 석학에게 묻는다’를 주제로 서울에서 열린 강연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삼성동에서 만난 그는 “지금까지 네 번 한국에 왔는데 올 때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낮아지고 있어 놀랍다”며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것은 ‘가부장제’ 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1970년대 이후 경제는 빠르게 발전했으나 여성에게 주어지는 가사 노동과 돌봄 부담은 변함이 거의 없어서 아이 낳길 꺼린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셋째로 긴 노동 시간과 고용 불안, 퇴근 후 계속되는 업무 부담도 출산율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북유럽이나 서유럽 등 출산율이 꾸준히 높은 국가에선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다”며 프랑스를 예로 들었다. 프랑스에선 1939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시행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비용뿐 아니라 교육 비용도 국가가 거의 다 대면서 복지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콜먼 교수는 “스웨덴 또한 기혼 여성들이 쉽게 일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저출산 대책을 세웠다”며 “한국 여성들이 일하면서도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정말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비혼(非婚) 출산’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콜먼 교수는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국가들은 전체 출산의 30%를 비혼 출산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민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확실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했다. 이민자를 받아들이면 당장은 인구수가 늘겠지만 청년층만 유입된다는 보장이 없고, 고령화는 전 세계적 추세여서 이민자 또한 시간이 가면 고령화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인구학적 예측은 가정(if)에 기반하므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중요한 건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의 생각의 전환”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