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서울 시민의 60.9%는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인 15국 대도시 중 ‘불공정하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다음인 튀르키예 앙카라의 39.4%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반면 뉴욕(23.1%), 도쿄(23%), 런던(22.9%), 타이베이(24.1%) 등은 20%대에 머물렀다. 김지혜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각 성별 모두 자신들이 가장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자신들이 속한 집단이 사회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여기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서도 연령대가 낮을수록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특히 20대의 60.5%는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서울 시민들은 사회적 성공에 있어서도 개인 노력보다 배경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심히 일하면 결국 성공한다’고 답한 비율은 24.3%에 그쳤다. 56.7%는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배경이 좋아야 한다’고 답했다. 노력보다 배경이 중요하다고 보는 도시는 서울이 유일했다. 일본은 국회의원 70%가 세습 정치인이고 가업을 물려받는 풍토도 강하다. 그런데도 도쿄에서 ‘배경이 중요’라고 답한 비율은 21.9%로 서울의 절반에 그쳤다. ‘직장 승진이 부모나 지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본인 실력으로 결정된다’고 말한 비율도 서울이 22.6%로 가장 낮았다.

그럼에도 서울 시민의 69.6%는 ‘노력한 만큼 소득 등에서 차등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25.3%), 뉴욕(35.9%), 싱가포르(35.7%)보다 2배 높은 수치다. 공정과 평등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대기업의 30대 직원 이모씨는 “일 잘하면 입사 연도와 상관없이 승진할 수 있어야 하고 성과 자체로만 평가받아야 한다. 그게 공정”이라고 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전 세계 15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의 18~59세 남녀 1만500명을 작년 11월 조사했다. 아시아 12개 도시(서울, 도쿄, 베이징, 타이베이, 하노이,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자카르타, 뉴델리, 리야드, 예루살렘, 앙카라)와 서구 3개 도시(뉴욕, 파리, 런던)에서 700명씩 뽑았다. 자국어 설문지를 온라인으로 보내 실시했다. 31일 학술 대회에서 결과를 발표한다.

/최원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