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구공항 도착 직후 고통을 호소하는 선수들을 119구조대가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들것을 이용해 구급차로 옮기고 있는 모습./뉴스1

지난 30일 용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남성은 119 구급대가 도착했지만 병원을 찾지 못해 사고 두 시간 만에 구급차에서 사망했다. 구급대가 전화로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찾는 사이 두 시간이 허비된 것이다. 사고 지점에서 100㎞나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다. AI(인공지능) 시대에 구급차에서 전화로 병원 찾느라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많다. 구급차에서 병원 상황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1일 서울의 한 구급대원은 “구급차에서 병원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종합 상황판’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병원에 전화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실시간 변하는 병원 상황이 제때 반영되지는 않다 보니 상황판과 실제 병원 사정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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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응급실 도착했지만 거절된 이송 건수 6771건… 3년 만에 46% 증가

현재 구급차에는 병원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종합 상황판’ 시스템이 있다. 구급차 위치에 따라 인근 병원의 진료 과목별 응급실, 중환자실, 입원실 현황 등을 선택해 조회할 수 있다. 그런데 1초가 급한 구급차 안에서 이 시스템만 믿고 병원에 갔다가는 발걸음을 되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소방서 구급대원은 “상황판 내용이 정확하지 않아 병원에 전화를 돌리는 것”이라며 “특히 야간에는 특정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실제로 당직 근무 중인지, 다른 수술 중이라면 몇 시간 뒤에 수술이 끝나는지 등 환자 구조와 직결된 정보가 담겨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병원 현장에서는 실시간 정보를 상황판에 올리기 어렵다고 한다.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료학과 교수는 “응급실 종합 상황판은 믿을 만한 정보가 아니다”라며 “실시간으로 누군가가 병상 업데이트를 해줘야 쓸 만한 정보가 되는데 인력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

도움 안되는 종합 상황판 시스템 -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운영하는 ‘종합 상황판’ 시스템. 응급실, 중환자실, 질환별 상황 등 세부 항목을 입력해 조회하지만, 실시간 정보를 얻기 어려워 응급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그러다 보니 병원에 도착했지만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고 돌려보내는 이송 건수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119구급 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구급차가 응급실에 갔지만 수용이 거부돼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된 건은 2021년 기준 6771건에 달했다. 2018년(4636건)과 비교하면 3년 만에 46%나 급증했다. 이 중 가장 많은 2127건(31.4%)은 병원에 해당 응급 환자를 다룰 수 있는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였다. 1156건(17.1%)은 ‘병상 부족’ 때문이었다.

◇“구급차·병원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 직관적으로 바꿔야”

종합 상황판을 직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상황판은 회계장부처럼 나열돼 있는 선택 사항들을 구급대원이 일일이 입력한 뒤 병원을 조회하는 방식이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지금의 종합 상황판은 병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정보만 일방적으로 던지는 시스템”이라며 “병원은 간편하게 자신들 상황을 입력하고, 구조대 측은 이송 중인 환자 상태를 올릴 수 있는 연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일일이 전화 안 돌려도 병원 상황 알 수 있게 실시간 앱을 만들어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회계장부처럼 복잡한 ‘응급실 상황판’ 시스템을 아이폰처럼 직관적으로 보면 알 수 있도록 대폭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119와 별도로 구축돼 있던 1339센터처럼 별도의 응급 의료 정보 센터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밀려드는 응급 환자 진료를 위해 응급실 핫라인, 의사 개인, 119 구조대 등이 동시에 연락을 하면서 어렵게 조정을 하는 상황”이라며 “과거 응급의료정보센터(1339센터)가 했던 것처럼 구급대와 수술 가능 의사, 응급 환자를 전담해 조정해 주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응급 의료 정보 센터는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10여 명과 공중보건의 5~6명이 24시간 응급 의료 상담을 했었다. 2012년 1339가 119로 통합되면서 응급 의료 상담 기능이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