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가 지난달 18일 불법 진료 신고센터를 열자 일주일 만에 1만20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부분 수술과 검사 등 의사의 의료 행위 일부를 대신하던 ‘진료 보조(PA) 간호사’ 관련 사안이었다. 현재 의료법에는 PA 간호사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의료계에선 단기간 의사 확대가 어려운 만큼 ‘PA 간호사 양성화’로 의사 부족 문제를 덜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상 간호사 임무는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다. ‘진료 보조’라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의사가 부족한 대다수 병원에선 그 업무 일부를 공공연히 PA 간호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작년 12월 삼성서울병원이 PA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내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법 위반이라며 병원을 경찰에 고발하는 일도 있었다. 현재 의료법에선 논란 소지가 있지만 의사들이 기피하는 필수 의료 분야에선 PA 간호사들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의료기관의 PA 간호사는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 대형 병원 원장은 “PA 간호사를 단속할 경우 서울 ‘빅5′ 병원(서울대·아산·성모·신촌세브란스·삼성서울)부터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차라리 PA 간호사를 양성화하면 의사 부족 문제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외국에선 PA 간호사가 별도 교육을 받고 자격시험을 거쳐 합법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PA 간호사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PA 간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제도 정비와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전공의(레지던트)들은 PA 간호사가 수술 보조 업무를 본격적으로 담당하면 수련 기회가 줄어들 것이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간호사가 의사의 일을, 의사가 간호사의 일을 거꾸로 하고 있다”고도 했다. PA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대리 수술이나 처방을 할 경우 의료 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