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규모가 작은 동네 의원이 전국적으로 24% 늘었지만, 주요 진료과 중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의원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두 진료과를 기피하는 의사들이 잇따르며 벌어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소화아동병원을 찾은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 접수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의사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로 폐업하는 소아과가 늘어나는 가운데, 소아과마다 진료가 시작되기 전 이른 아침부터 접수를 위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고 있다. /김지호 기자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말 현재 전국 의원 수는 3만5225개로 집계됐다. 2013년 2만8328개와 비교하면 10년 새 6897개(24.3%)가 늘었다. 대부분 진료 과목에서 의원 숫자가 늘었지만, 산부인과는 같은 기간 1397개에서 1319개로 78개(5.6%), 소아청소년과는 2200개에서 2147개로 53개(2.4%) 감소했다. 개원(開院)보다 폐원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지역별로 보면, 산부인과의 경우 전남과 대전의 감소율이 각각 25.0%, 23.1%에 달했다. 소아청소년과는 광주에서 감소율이 27.6%까지 치솟았고, 울산은 20.0%였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저출산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2017~2021년 소아청소년과 진료 인원은 24.6%, 산부인과는 3.3% 감소했다.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데다 두 과를 전공하려는 의사가 크게 줄어들면서 동네 의원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2013년 97.4%였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올해 상반기 16.3%로 곤두박질했다. 산부인과 전공의 충원율은 올해 상반기 71.9%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가장 많이 늘어난 의원은 정신건강의학과였다. 2013년 781개에서 올 1분기 1540개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증가율이 67.1%였고, 정형외과와 성형외과는 각각 39.0%, 36.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