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6명이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119로 전화하면 긴급 처치 방법을 24시간 안내하고 증상에 대한 질문에도 답하는 ‘응급의료 상담제도’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119 응급의료 상담제도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대형 병원 응급실로 몰리는 경증 환자들이 줄어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의 ‘2022년 대국민 응급의료 서비스 인지도 및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만 20~80세 성인 남녀 6000명 중 42.1%가 119 응급의료 상담제도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2021년(39.8%)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알지 못한다’는 국민이 절반을 넘었다.
소방청이 전담 운영하는 119 응급의료 상담제도는 2012년 6월 응급의료정보센터(1339센터)를 폐지하며 도입됐다. 보건복지부가 2001년 중앙응급의료센터 및 12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설치한 1339센터는 전화를 걸어온 일반인에게 응급 및 일반 상황을 구분해 주고, 구급대와 병원 간 업무를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하지만 “119와 1339의 이원화는 비효율적” 등 지적이 나오면서 1339센터를 없애고 의료 상담 기능을 119에 통합했다.
의료계에서는 119 의료센터에 대한 응급 의료 지원이 줄어 의료 상담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소방청 119 구급상황 관리센터에 응급구조사와 간호사가 상시 대기하고 있지만, 의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는 지역별로 1명씩 당직을 서고 있다. 충남과 세종 등에는 당직 의사가 없어 인근 지역의 의사가 대신 맡고 있다. 공중보건의 4~5명, 응급구조사와 간호사 등 10~15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체제를 유지하던 과거 1339센터에 비해 의료 대응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가 경증인지 중증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없어 일단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의료 상담 기능이 활성화돼 경증 환자들이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향하면 지금의 응급실 과밀화 사태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