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남편과 단둘이 지내는 A(69)씨는 남편의 지속적인 학대에 시달렸다. 치매가 심해진 남편은 툭하면 폭언을 퍼부었고, 물건을 부수며 신체적 폭력을 가했다. A씨 몸에 난 상처를 본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남편이 노인보호 전문기관에 입소하면서 A씨의 기나긴 학대 피해도 끝났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 비율이 2025년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인 학대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 부부가 증가하면서 ‘노노(老老) 학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노인 학대 사례 3건 중 1건은 배우자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15일 발표한 ‘2022년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신고를 통해 노인 학대로 확인된 사례는 6807건이었다. 2021년 6774건에서 0.5% 증가했다. 전국 지역 노인보호 전문기관 37곳이 신고한 1만9552건 가운데 현장 조사를 통해 학대로 판정된 사례다.

노인 학대 사례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배우자에 의한 학대 건수가 2615건(34.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들 2092건(27.9%), 기관 1362건(18.2%), 딸 620건(8.3%) 순이었다. 이전에는 아들에 의한 학대가 가장 많았지만, 2021년 아들과 배우자의 순위가 바뀌었고, 지난해 배우자 학대 비율이 더 커졌다. 보고서는 “노인 부부 간 돌봄 부담이나 부양 스트레스가 커져 학대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노인 부부 가구 비율은 2008년 47.1%에서 2020년 58.4%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가구는 27.6%에서 20.1%로 줄었다.

학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재(再)학대는 한 번 학대당한 노인이 또다시 학대를 겪는 것으로, 지난해 817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새 67.4% 증가했다. 특히 재학대 사례의 98.3%(803건)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돼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노인 요양 및 주거 시설 등 생활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사례는 2021년 536명에서 지난해 662명으로 1년 새 23.5% 증가했다. 복지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외출과 면회 제한이 풀리면서 그동안 은폐됐던 시설 내 학대 신고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