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아살해 등 아동학대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 ‘임시 신생아 번호’로만 존재하는 아동 2232명(2015∼2022년생)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전수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감사원의 감사 내용에 따라 경찰청·질병청·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는 아동의 소재·안전 확인을 위해 전국적인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원시 영아 사건과 관련해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들이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게 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박상훈

이는 지자체를 통해 아동 보호자에게 연락해 아동의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아동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때에는 경찰청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아울러 위기 아동 발굴을 위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는 아동도 포함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또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경우 출생 신고에서 누락되지 않게 출생 사실이 지자체에 통보되는 ‘출생통보제’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지원하는 ‘보호출산제’가 조속히 도입되도록 관련 부처,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생통보제는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경우 출생 신고에서 누락되지 않게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현재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 중에 있다.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신부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현재 법안이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앞서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돼 경찰이 30대 여성 고모씨를 긴급 체포했다. 이는 감사원의 미신고 영유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복지부 정기 감사 과정에서 2015년부터 작년까지 의료기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영유아 2236명을 파악하고, 이중 1%인 23명에 대한 표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최소 3명이 숨졌으며, 1명은 유기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각 관할 지자체와 함께 친모 등 보호자에게 아동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아동 대부분이 필수 예방접종이나 아동수당, 보육지원 등 복지에서 소외되거나 범죄 등 위기 상황에 노출된 채 제도권 밖에서 무적자로 양육되면서 생존 여부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실제로 이들 중 일부 아동은 이번 감사에서 영양 결핍 등으로 이미 사망하거나 보호자가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시와 함께 조사 중이던 아동 2명은 경찰 수사 결과 출생과 동시에 친모에게 살해돼 집 냉장고 안에 보관돼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산부인과 등에서 출산을 할 경우 의료 기관은 행정 기관에 출생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없다. 부모에게 ‘주민등록법상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고 알려줄 뿐이다. 의료 기관과 출생신고를 받는 지자체 등과 연결 고리가 없는 것이다.

주민등록법에 따라 부모가 1개월 이내에는 출생 신고를 해야 하지만, 않아도 과태료 5만원이 전부다. 출생 신고를 안 해도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적절한 보건·보육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생존 여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