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인의 당(糖) 섭취량은 ‘아메리카노’와 탄산수 덕분에 줄고 있다. 반면 여자 청소년의 절반은 ‘당 과다 섭취’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 조사 결과, 2021년 기준 여자 청소년(12~18세)의 51.6%, 여자 어린이(6~11세)의 44.2%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WHO는 ‘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당이 하루 총열량의 10% 미만이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 여자 청소년의 경우 일일 당 기준치는 대략 41g 정도다.
한국의 여자 청소년 중 WHO 기준을 초과하는 ‘당 과다 섭취 인구’ 비율은 2020년 44.5%에서 1년 만에 7.1%포인트 올랐다. 미국 청소년의 ‘당 과다 섭취 인구’ 비율이 60%대인데 이에 근접해가고 있는 것이다. 여자 어린이 역시 이 비중이 같은 기간 9.2%포인트나 늘었다. 반면 2021년 국내 남자 어린이(6~11세)·청소년(12~18세)의 ‘당 과다 섭취 인구’ 비율은 모두 30%대로 2년 전보다 2~6%포인트 줄었다.
주범은 간식이었다. 여자 어린이·청소년은 하루 세끼 식사보다 음료수·사탕·과자 같은 간식을 통해 더 많은 당을 섭취한다. 여자 청소년은 간식을 통해 하루 당의 57%를 채우지만 남자 청소년은 40%다.
여자 어린이의 경우 2021년 캔디류를 통한 일일 당 섭취량은 4.8g으로 전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빙과류(아이스크림 등)를 통한 당 섭취량도 2년 만에 32% 증가했다. 여자 청소년의 가장 큰 ‘당 공급원’은 음료수지만 2년 전에 비해 그 비중이 30%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캔디류와 과자를 통한 당 섭취량은 두 배가량 늘었다.
박소원 세브란스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는 “청소년의 당류 과다 섭취는 비만 위험을 높이고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성장 방해, 집중력 저하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김은미 삼성서울병원 영양팀장은 “5세 때부터 첨가당(Added sugar)이 다량 함유된 주스, 탄산음료 등 가공식품을 자주 섭취한 아이는 15세 때 비만이 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실제 국내 여자 아동·청소년 비만율은 2019년 12.5%, 2021년 1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전체 국민의 가공식품을 통한 하루 당 섭취량은 2021년 34.6g으로 2년 전보다 6% 감소했다. 제주에서 일하는 오모(26)씨는 집에 탄산수를 박스째로 사놓고 마신다. 그는 “살찌는 탄산음료 대신 작년부터 달지 않은 탄산수만 마시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탄산음료 대신 탄산수를, 믹스커피 대신 아메리카노(블랙커피)를 더 마시는 소비 패턴의 변화가 전체 국민의 당 섭취량 감소의 주 원인이라고 식약처는 밝혔다. 성인 여성(19~29세)의 경우 탄산음료를 통한 하루 당 섭취량은 2021년 6.4g으로 2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지만, 탄산수 섭취량은 같은 기간 2배 늘었다.
커피도 블랙커피가 단 믹스커피를 대체하고 있다. 2021년 블랙커피를 통한 하루 당 섭취량은 2년 전에 비해 6g 증가했지만 믹스커피는 이 기간 1g 감소했다. 식약처는 “간식을 먹을 때 과자·빵보다 신선한 과일을 먹고, 커피를 마실 땐 설탕이나 시럽을 빼면 당 섭취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