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은 현재 혈액과 소변 검사 기기, 안압 측정기, 청력 검사기 등 의료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진맥과 문진으로 환자의 간 상태에 이상이 의심되면 혈액 검사를 통해 간염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고 한다. 신장과 방광이 약해 보이는 환자는 소변 검사로 신우신염이나 방광염 등이 있는지 살핀다. 안압 측정기는 녹내장 의심 환자 등에게 활용한다.

그러나 한의원은 엑스레이나 CT 등 방사선을 방출하는 의료 기기는 사용할 수 없다. 의료법에 따라 방사선 안전관리자를 둬야 하는데 한의사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엑스레이 등을 제외하고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는 의료 기기가 법에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며 “한의학적 진맥과 의료 기기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환자를 진찰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의료 기기를 양방만 쓸 수 있다는 것은 ‘의료권 독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의료 기기 사용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서양 의학의 산물인 의료 기기를 이용해 진료나 치료할 수 있는 의학적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는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선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 사용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열린다. 1심과 2심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 사용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작년 12월 대법원은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중앙지법이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면 한의사는 뇌파계에 이어 초음파 진단기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