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개월에도 엄마 젖을 먹는 신생아 비율이 2010~2012년 66%에서 2019~2020년 34%로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유(母乳) 수유율이 10년 새 반 토막 난 것이다.
서울대 보라매병원의 장주영, 오소희 교수와 강원의대 홍지나 교수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대한의학회 영문학술지(JKMS) 최근 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2010~2020년 국내 영·유아 933명의 모유 수유 추이를 분석한 결과, 모유를 6개월 이상 먹은 아이 비율이 2010~2012년 65.9%에서 2019~2020년 33.6%로 급감했다. 모유를 분유·이유식과 같이 먹인 비율이다. 2013~2015년 59.1%, 2016~2018년 48.8% 등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생후 6개월간 모유만 먹인 ‘완전 모유 수유율’은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2010~2012년 42.8%에서 2019~2020년 13.1%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17년 발표한 전 세계 ‘완전 모유 수유율’은 41%다.
모유가 분유보다 신생아에게 좋다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모유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미네랄, 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와 항체 등 면역 체계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골고루 들어 있다. 모유를 먹은 아기는 분유로 키운 아기보다 아토피, 천식, 비만 등 각종 질병 위험이 낮고 두뇌 발달도 빠르다고 한다. 모유 수유는 엄마에게도 좋다. 모유 수유를 한 여성은 고지혈증, 당뇨병, 유방암 등 질병 가능성이 내려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수유 과정에서 엄마와 아기 사이에 정서적 유대도 촉진될 수 있다. WHO와 미국소아과학회는 생후 6개월까지 모유만 먹이는 ‘완전 모유 수유’를 권고하고 있다. 이후에도 이유식 등과 병행해 모유를 1~2년 먹일 것을 권장한다.
국내 모유 수유율이 떨어지는 이유로는 워킹맘(직장인 엄마) 증가와 부족한 수유 인프라 등이 꼽힌다. 생후 5개월 아기가 있는 워킹맘 김모(30)씨는 “육아휴직은 초등학교 입학 때 쓰려고 출산 휴가를 3개월만 쓰고 바로 복직했다”며 “작은 회사라 회사 내 수유실이 없어, 유축기와 아이스팩 등을 들고 3~4시간마다 근처 백화점에 들러 유축을 하고 온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 등이 산모와 아기를 분리해 돌보는 관행도 원인일 수 있다. 출산 직후 엄마는 ‘아이가 없는 곳에서 쉬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모유 수유할 기회가 줄었다는 것이다. ‘분유가 오히려 좋다’는 식의 분유 회사 마케팅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WHO 등 보고서는 “550억달러(약 73조원)를 쏟아부은 분유 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모유 수유가 방해를 받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출산 전부터 산모에게 모유 장점과 수유법 등을 구체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출산 직후 신생아와 산모가 24시간 함께 생활하며 모유 수유를 당연하게 여기도록 산후조리원 등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유미 대한모유수유의사회 전 회장(소아청소년 전문의)은 “신생아와 산모가 24시간 같이 생활하는 것은 힘들지만 모유를 먹이고, 아기와 엄마의 애착 관계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며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이 모자동실(산모와 신생아가 같이 있는 방)을 확대하고,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모유 수유법을 잘 익힐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