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전경.

지난 8일 전북 전주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의 옆에 있던 4세 남자아이는 ‘출생 미등록 아동’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아기 2267명을 전수조사했는데 이번 남아는 조사 대상에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 밖 출생으로 추정한다”며 “병원 밖에서 낳고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으면 정부가 파악할 길이 없다”고 했다.

병원 밖에서 출산하는 산모들은 임신과 출산 사실을 가장 숨기고 싶은 경우일 때가 많다. 화장실이나 모텔 등에서 혼자 아이를 낳으면 출산 사실을 산모만 알 수도 있다. 복지부는 ‘병원 밖 출산’ 후 미등록 아기는 정확한 규모를 추정하기 어렵고 복지 시스템 안으로 편입할 방법도 없다고 한다. 민간 시설에 맡겨진 미등록 영유아 중 병원 밖 출생의 비율을 추정하는 수준이다.

유기 아동 보호소 ‘베이비박스’에 따르면 2015~2022년 베이비박스로 보내진 영유아 1418명 중 1045명이 출생 미등록 아동인데, 이 중 병원 이 외에 화장실이나 모텔 등에서 태어난 아동은 10% 정도라고 했다. 미등록 아기 중 ‘병원 밖 출산’은 연간 100~200건쯤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병원 출생 기록조차 없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인 영유아일 가능성이 크다. 김윤신 조선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지난 5월 학회지에 실은 ‘영아 유기·치사 범죄 분석’ 논문에서 2013~2021년 영아 유기 치사 10건, 영아 유기 10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피고인(친모) 대부분이 병원 밖에서 출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양승원 베이비박스 사무국장은 “의료기관이 지방자치단체로 출생 정보를 보내는 출생 통보제가 내년 시행되면 (출산을 숨기려고) 병원 밖으로 내몰리는 산모들이 증가할 수 있다”며 “보호 출산제 도입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호 출산제’는 신분 노출을 꺼리는 산모가 익명으로 출산하고 아기는 국가가 보호하는 제도다. 현재 관련 법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법사위 상정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보호 출산제가 있었으면 이번 전주에서 발견된 아동도 복지 시스템 안에서 보호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