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뇌사 판정을 받은 고(故) 박준이씨는 간과 안구를 기증해 세 사람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6살이었던 딸 박유나(15)양에게 아버지의 빈자리는 컸다. 그러나 유나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을 살리고 간 아버지가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이 커져갔다”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아픔도 (뿌듯한 마음 덕분에) 조금은 더 빨리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후 유나양은 8년간 장기 기증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들이 모여 노래하는 ‘생명의 소리 합창단’에서 활동하며 장기 기증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그 공로로 지난 11일 열린 ‘제6회 생명 나눔 주간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유나양은 “표창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아버지를 생각하며 장기 기증의 중요성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고 노력했던 일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면서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떠난 사실이 계속 기억되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유나양 친할머니 임귀녀(70)씨는 “아들의 바람대로 장기 기증 하는 것을 결정하기까지 정말 힘들었지만 어차피 사람이 죽는 거라면, 다른 한 사람이라도 살 수 있게 돕고 죽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장기를 주고 간 것은 우리 아들에게 마지막 행운이었다”고 했다.

유나양도 16세가 되는 내년에 장기 기증 희망 신청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유나양이 아버지를 따라 장기 기증 신청을 결심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이라고 한다. 그는 “합창단에서 만난 장기 이식 수혜자들을 보면서, 아버지와 같은 장기 기증자가 아니었다면 저분들이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유나양은 “장기 기증을 결심했던 당시에는 나이가 어려 바로 신청할 수 없었지만, 내년(16세)이면 할 수 있게 된다”며 “(장기를) 기증받은 이들이 건강하게 잘 사는 모습이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