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년째를 맞은 ‘아이가 행복입니다’ 시즌6 행사가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개막했다.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교육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서울특별시·경상북도·송파구·롯데·포스코 등이 후원하는 행사다.
박두환 롯데지주 HR혁신 실장은 이날 “롯데그룹은 10년간 임직원 자녀가 평균 2명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2년 여성에겐 출산휴가 3개월 후 별도 신청이나 상사 결재 없이 자동으로 1년 이상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하고, 남성도 1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도록 한 것이 ‘출생률 2명’의 비결이라고 했다. 박 실장은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한 시간은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라며 “이 시간을 늘리기 위해 기업 차원에서 진심을 다한다면 분명 저출생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0.78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아이가 행복입니다’는 2018년 1월 1일 저출생 극복을 위해 출범했다. 이날 개막식 하이라이트는 ‘31초 우리 가족 행복 담기 공모전(사진·영상)’ 시상식이었다. 응모작 5617건이 출품됐다. 역대 가장 많은 숫자다. 대상(大賞)은 전북 군산의 김수호(34)·정다인(30)씨 부부와 수인(3)·인호(1)·정인(생후 4개월) 가족의 ‘세 아이의 행복한 첫 만남’ 영상이 받았다. 병원에서 집으로 온 막내 정인이를 안아주며 좋아하는 수인이와 인호의 모습을 담았다. 아버지 김씨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이들이 달려와서 ‘사랑한다, 보고 싶었다’고 말해줄 때 너무 행복하다”며 “지금 아이가 세 명인데 한 명만 더 낳으면 고속도로 버스 전용 차로를 이용(6인 이상)할 수 있다. 아내와 상의하진 않았지만 내년엔 넷째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최우수상은 ‘지안의 겨울 이야기’(영상)의 정봉진씨 가족, ‘사랑하는 삼둥이들과 함께’(사진)의 박혜은씨 가족이 받았다. 박씨는 “세 쌍둥이를 키우는 건 어렵지만 아이들을 안으면 그걸 다 잊어버릴 정도로 행복하다”고 했다. ‘우아한 사 남매 가족’이란 사진으로 우수상을 받은 한나씨는 “아이 기르기 힘든 건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저희는 아이가 많아서 더 많이 행복하다”고 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란 영상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은 오소영씨는 “지난 5년간 두 아이를 키우고 올해 복직하면서 육아가 더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아이들로 인해 울고 웃으면서 힘든 일상을 행복하게 살아간다”고 했다 대구의 강슬기씨는 ‘하나보단 넷이 좋아’란 사진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둘째 임신 중 종양이 발견돼 난소와 나팔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셋째는 조산을 해서 몸무게 1kg으로 태어나 오랫동안 재활했다”며 “넷째를 가지자 셋째 건강도 좋아지고 다른 아이들도 잘 자라기 시작해 행복하다”고 했다.
이날 서울 롯데월드타워 콘퍼런스홀에선 저출생 대책을 논의하는 국제 포럼이 열렸다. 야지마 요코 일본 미쓰비시 수석연구원은 “1990년대 일본의 경우 저출생 정책을 늦게 시작한 데다 예산도 산발적으로 투입해 출산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며 “출산율은 사회 종합 지표인 만큼 사회 양극화부터 여성의 사회 참여, 비정규직 문제 등을 두루 살피고 정책을 통합적으로 구상해야 한다”고 했다.
박성수 경상북도 지방시대정책국 국장은 경북의 ‘U시티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대학 등록금과 지역 일자리, 결혼 지원금, 지역 주거비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해 지방 인구 소멸을 막겠다는 것이다. 박 국장은 “아이가 행복하려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려나갈 청년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며 “교육·취업·결혼·주거 등 청년의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전폭적인 지원을 해 이곳저곳을 떠돌던 청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해 생활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미국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센터 설문 결과를 소개하며 결혼과 출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 조사에서 ‘자신의 삶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가치’를 질문했더니 17국 중 14국에서 ‘가족’이 1위였는데, 한국은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가 ‘가족’을 앞섰다”며 “저출생 위기는 (물질적 풍요 등을 중시하는)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인 만큼, 세대·성별·지역을 불문하고 전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 대개조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부모의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하고, 장기적으론 누구든지 들어와 살고 싶은 지역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