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행복입니다’ 시즌6 행사가 22~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열렸다. 조선일보가 주최하고 교육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서울특별시·경상북도·송파구·롯데·포스코 등이 후원하는 행사다.
‘아이가 행복입니다’는 2018년 1월 1일 저출생 극복을 위해 출범했다. 올해 6년째를 맞는다. 그동안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총 4000여명 아이의 탄생을 축하·응원했고, 출산 장려를 위한 특집 기사를 비롯해 교육·의료 전문가 기고 등 고급 육아 정보를 제공했다. 후원 기관들과 함께 다양한 행사도 개최했다.
◇”내년에는 넷째에 도전하고 싶어”
22일 진행된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31초 우리 가족 행복 담기 공모전(사진·영상)’ 시상식이었다. 응모작 5617건이 출품됐다. 역대 가장 많은 숫자다. 대상(大賞)은 전북 군산의 김수호(34)·정다인(30)씨 부부와 수인(3)·인호(1)·정인(생후 4개월) 가족의 ‘세 아이의 행복한 첫 만남’ 영상이 받았다. 병원에서 집으로 온 막내 정인이를 안아주며 좋아하는 수인이와 인호의 모습을 담았다. 아버지 김씨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이들이 달려와서 ‘사랑한다, 보고 싶었다’고 말해줄 때 너무 행복하다”며 “지금 아이가 세 명인데 한 명만 더 낳으면 고속도로 버스 전용 차로를 이용(6인 이상)할 수 있다. 아내와 상의하지는 않았지만 내년엔 넷째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최우수상은 ‘지안의 겨울 이야기’(영상)의 정봉진씨 가족, ‘사랑하는 삼둥이들과 함께’(사진)의 박혜은씨 가족이 받았다. 박씨는 “세 쌍둥이를 키우는 건 어렵지만 아이들을 안으면 그걸 다 잊어버릴 정도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우아한 사남매 가족’이란 사진으로 우수상을 받은 한나씨는 “아이 기르기 힘든 건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저희는 아이가 많아서 더 많이 행복하다”고 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이란 영상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은 오소영씨는 “지난 5년간 두 아이를 키우고 올해 복직하면서 육아가 더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아이들로 인해 울고 웃으면서 힘든 일상을 행복하게 살아간다”고 했다. 대구의 강슬기씨는 ‘하나보단 넷이 좋아’란 사진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둘째 임신 중 종양이 발견돼 난소와 나팔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셋째는 조산을 해서 몸무게 1kg으로 태어나 오랫동안 재활했다”며 “넷째를 가지자 셋째 건강도 좋아지고 다른 아이들도 잘 자라기 시작해 행복하다”고 했다.
◇”저출생 해결이 국가 최우선 과제”
이날 행사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김영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 저출생 문제를 담당하는 정부 최고위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한 총리는 이날 행사 오찬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인구 구조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정부는 저출생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줄이면서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주호 장관은 축사에서 “초저출산 추세에 따른 인구 절벽의 위기는 지역의 소멸, 산업 인력 부족 및 고등교육 위기 등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에 교육부는 교육 개혁을 통해 우리 앞에 놓인 큰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우선 유보(유치원·어린이집) 통합과 늘봄(방과 후 돌봄) 학교를 통해 0세부터 11세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돌봄을 실현해 부모님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며 “다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사가 최첨단 AI(인공지능)·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맞춤형 교육 혁명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조규홍 장관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모 급여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고,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해 시간제 보육 기관도 두 배 이상 확충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육아휴직 기간도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린다”고 했다. 이어 “특히 내년부터 아이를 낳아 키우는 비용이 부담되지 않도록 부모 급여를 0세는 월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1세는 월 35만원에서 50만원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김영미 부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 사회’일 수 있다”며 “육아휴직 쓰는 것을 눈치 주고, ‘노 키즈존’을 늘려가고, 유모차를 맘 편히 끌 수 있는 ‘배리어 프리(무장애)’ 공간 조성에 무관심하다”고 했다. 이어 “위원회와 정부는 결혼, 출산, 양육,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모든 정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가 지역구인 배현진(송파을) 국민의힘 의원은 “청년들은 아이를 낳기 싫은 게 아니라 포기를 한다고 말한다”며 “(당 차원의) 정책 협의체를 발족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은 “저출생이야말로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며 “우리 모두 심각성을 인식하고, 함께 해결해 나간다면 이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행사에는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 서강석 서울 송파구청장,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이현재 하남시장, 정명근 화성시장, 나성웅 한국보육진흥원장, 정훈 학교안전공제중앙회 이사장, 박주호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등도 참석했다.
◇한국 합계출산율 세계 최저 수준
올해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저출생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포럼이 처음 열렸다. 롯데월드타워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된 포럼 참가자들은 독일·일본 등 해외 국가들이 도입한 저출생 대책과 국내 기업·지자체의 다양한 시도를 소개했다. 박두환 롯데지주 HR혁신 실장은 “롯데그룹은 10년간 임직원 자녀가 평균 2명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2년 여성에겐 출산휴가 3개월 후 별도 신청이나 상사 결재 없이 자동으로 1년 이상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하고, 남성도 1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도록 한 것이 ‘출생률 2명’의 비결이라고 했다. 박 실장은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한 시간은 엄마·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라며 “이 시간을 늘리기 위해 기업 차원에서 진심을 다한다면 분명 저출생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22~23일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는 어린이 뮤지컬, 안전교육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