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기 내 의대 입학 정원을 최대 3000명 더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의사가 부족해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돌고, 소아과가 없어 인근 도시로 2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등 지방 의료 붕괴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실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당장 내년인 2025학년도 대입 때 의대 정원은 1000명 정도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치”라며 “이후 순차적으로 더 증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 임기 내 최대 3000명까지 늘리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라고 했다. 정부가 ‘3000명 증원’까지 검토할 만큼 대통령실도 의대 증원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의대 입학 정원은 2006년 이후 지금까지 17년간 3058명에 묶여 있다.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씩 늘린다 해도, 2035년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한의사 제외 3.0명)는 그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4.5명)에도 못 미친다.
국내 의대 입학 정원은 해외 주요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과 인구가 비슷한 영국은 2020년에 의대 42곳에서 모두 8639명을 뽑았다. 한국의 3배 정도다. 우리보다 인구가 다소 많은 독일(8317만명)의 경우, 같은 해 39개 의과대에서 9458명을 뽑았다. 이 중 가장 많은 입학생을 받은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 의대는 그해 입학 정원이 527명이었다. 이 한 곳의 입학 정원이 우리나라 전체의 20% 수준이다.
특히 선진국들은 고령화로 의료 서비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의대 정원을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향후 몇 년간 매년 의대생을 5000명씩 늘리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한 해만 늘려도 독일 의대 정원은 우리나라 현재 정원의 5배가량이 된다. 영국도 고령화에 대비해 2031년까지 의대 정원을 1만5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입학생 증원을 강행한다면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2020년 당시 정부가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늘리겠다”고 했을 때도 의협 등은 파업을 벌여 이를 저지했었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