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반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 10명 중 2명은 지방에서 ‘원정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대병원 환자 95만여 명 중 48.9%(46만5000명)가 서울 밖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경기(22만1000여 명)와 인천(3만6000여 명) 등 수도권 외 지역에서 온 환자는 20만7000여 명으로 전체 환자의 21.8%를 차지했다. 지방 의료 공백으로 ‘의료 상경’을 한 환자들이다.
서울대병원을 찾은 비수도권 환자는 충남(2만7000명), 경북(2만3000명), 강원(2만1000명), 경남(1만9000명) 순으로 많았다. 진료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서울까지 방문하는 제주도 환자도 8000명에 이른다. 서울 밖 지역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치료받으러 온 환자들이 부담한 진료비는 1년 반 동안 8946억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192만원이다. 특히 지방 환자들은 진료비에 서울을 오갈 때 필요한 교통·숙박 비용까지 더해져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
지방 의료 인프라가 붕괴 직전 상황에 놓이면서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으로 불리는 서울 상급 종합병원을 찾는 지방 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빅5 병원을 찾은 비수도권 환자는 71만3284명으로 2013년보다 42.5% 늘었다. 이 환자들이 지난해 쓴 치료비만 2조1800여 억원에 달했다. 서울 대형 병원 인근에는 고시원·여관 생활을 하며 치료받는 ‘환자촌’까지 형성됐다.
서울과 지방의 의료 인프라 격차가 심해지고 있지만 교육부가 지원하는 국립대 병원 예산 중 서울대병원의 비율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내년 교육부의 전국 국립대 병원 지원액 1037억원 중 20.3%가 서울대병원에 배정됐다. 2022년 15.9%, 올해 17.6%에서 증가세다. 안민석 의원은 “서울과 지방의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지방 의료 인프라에 대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정책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역·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지역 국립대 병원에 대한 규제를 풀고 인프라와 인력 등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대책을 지난 19일 발표했다. 국립대 병원을 지역 의료 중추로 만들기 위해 소관 부처도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변경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