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가 출산휴가가 끝나면 별도의 신청 없이 곧바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육아휴직 신청 때 상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를 없애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최장 1년의 육아휴직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저출산위는 올 2분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합계출산율(0.7명)의 반등을 위해선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방침을 정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자에게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부여하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미사용 신청서’를 내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선 부모가 일정 기간 아기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제도적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가 교대로 육아휴직을 쓸 경우, 최장 2년간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에는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사업주는 이를 의무적으로 승인하게 돼 있다. 그러나 승인 과정에서 육아휴직 신청자에게 사직 압박을 하거나 승진 누락 등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고용부의 2021년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에서도 근로자의 34.2%가 ‘육아휴직 신청에 부담을 느껴 신청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저출산위는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하면 이 같은 부담이 사라져 육아휴직 사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 등도 여성 근로자의 자동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 등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 제도 도입으로 육아휴직 사용자가 급증하면 고용 보험 기금에서 부담해야 할 육아휴직 급여가 연간 수조 원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