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대기업 최초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해 자녀 양육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남성 육아휴직자를 위한 ‘대디스쿨’을 통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롯데 제공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가 ‘자동 육아휴직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롯데그룹의 성과가 모델이 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2012 자동 육아 휴직제를 도입했는데 직원들 반응이 좋자 2017년엔 육아 휴직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제도 도입 전 롯데그룹의 육아 휴직 비율은 60% 수준이었지만 2018년부터는 매년 95%를 넘긴다. 지난해 롯데 그룹 임직원 100명당 출생아 수는 2.05명을 기록했다.

국내 다른 기업들도 자동 육아 휴직제를 도입하고 있다. SK 이노베이션 등 SK 계열사들은 여성 직원이라면 출산 휴가 3개월 사용 후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1년 육아휴직에 들어갈 수 있다. 오히려 육아 휴직을 하지 않으려면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종전에는 직원이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을 별도로 신청하고 상사의 승인을 각각 받아야 했다. SK 이노베이션의 한 직원은 “이전엔 출산휴가를 다녀온 뒤 눈치 보느라 육아 휴직을 못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육아 휴직을 가는 게 당연한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고 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2017년 이 제도를 도입한 후 육아휴직자가 2020년 20명에서 2022년 35명으로 늘었다. 육아휴직 후 복귀율도 작년과 재작년 모두 100%에 달한다고 한다. 진흥원 관계자는 “(자동 육아휴직제 덕분에) 육아휴직 사용 여부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잘 다녀와서 업무에 더 잘 복귀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했다.

일부 국가는 자동 육아휴직제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와 스웨덴은 근로자의 신청만으로 육아휴직 사용 요건을 충족한다고 법에 명시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선 사업주가 근로자의 육아 휴직 신청에 대해 21일 이내 반드시 서면으로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근로자의 육아 휴직 신청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아이를 낳은 뒤 돌보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회사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