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지난 23일 경기도 양주시의 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DARC·다르크). 중독자 황모씨는 2년 전쯤 클럽에서 친구 권유로 엑스터시와 필로폰에 손댔다가 마약의 노예가 됐다. 그는 지난해 단약(마약 끊기) 결심을 하고 마약 치료 전문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연락하는 병원마다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3개월 후에나 첫 진료가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황씨는 “마약을 끊겠다는 의지가 무너지더라”며 “3개월 뒤에 끊자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마약에 빠졌다”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중독자 남모씨는 마약 전문 병원에 자리가 없어 일반 정신건강의학과로 갔다. 그러나 일주일에 2번 병원 가서 30분 상담받는 것이 전부였다. 그는 의사와 가족을 속이고 계속 마약을 하다가 24시간 합숙하는 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DARC)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 양주 재활센터에는 13명이 입소해 있다. 이곳 생활 지도사인 김모씨는 10여 년 전 마약 사범으로 4차례 수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마약 중독자는 누군가 손을 잡아 줘야 하는데 치료받을 곳이 부족해 기다리는 동안 마약을 끊겠다는 결심이 무뎌지고 다시 마약에 빠지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 적발한 마약 사범은 1만8395명이다. ‘마약과 전쟁’을 선포한 올해는 1~9월까지만 2만230명을 붙잡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 이상 늘었다. 특히 올해 2만230명 중 7820명(38.7%)이 투약 사범으로 집계됐다. 마약 투약 사범은 중독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작년 기준 국내 마약 전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입원과 통원을 포함해 421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정한 마약 전문 병원이 25곳이라고 하지만 인천 참사랑병원(276명)과 경남 부곡병원(134명)이 마약 중독 환자의 97%를 치료하고 있다. 올해만 8000명의 마약 투약 사범을 붙잡았는데 치료할 병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마약 중독자는 자해 등 위험이 큰 데다 병원 입장에선 적자 환자”라며 “중독이 아무리 심각해도 보낼 곳이 없다”고 했다.

마약 전문 병원뿐 아니라 전문 의료진도 부족하다. 양주 재활센터의 한 중독자는 병원 치료 3개월 만에 “퇴원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는 “병원에 환자가 넘치다 보니 원장님 상담을 일주일에 1번, 그것도 10분만 할 수 있었다”며 “속마음을 터놓고 상담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마약 재활 병원에서 일하려는 전문의도 구하기 어렵다.

마약 치료의 핵심은 스스로 ‘참도록’ 하는 것이다. 금단 현상으로 불면증이 생기면 수면제를 주는 것 외에 특별한 의학적 처방도 없다고 한다. 마약을 끊어야 한다는 동기를 계속 불어넣으며 운동 등을 시키는 재활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마약 투약 사범으로 수감되면 교도소 안에서 재활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한 중독자는 “마약 사범을 한곳에 모아두다 보니 ‘걸리지 않고 투약하는 법’ ‘안 걸리고 유통하는 법’ 등을 서로 교환하곤 한다”고 했다. 특정 지역에서만 마약을 공급·투약하던 사범이 다른 지역의 마약 사범을 사귀면서 ‘전국구’로 커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법무부는 수감되는 투약 사범이 늘면서 지난 6월 교정본부에 ‘마약 사범 재활팀’을 만들어 중독 치료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치료 의지가 높은 사범에 대해 160시간 집중 재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는 마약 중독자에 대한 입원비와 치료비 지원을 늘려 마약 전문 병원의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마약 수사팀 관계자는 “최근 투약 사범 체포가 급증하고 있는데 마약 중독자는 감옥에 보내는 것보다 치료와 재활이 더 중요하다”며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중독 사범이 치료 병원이 없어 다시 마약에 손대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