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대폭 증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사협회 등은 “갑자기 늘리면 가르칠 의대 교수가 부족해 제대로 된 의사 양성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최근 의대 교수들이 더 높은 연봉 등을 위해 줄사표를 내는 현상도 있다.

그러나 국내 의대 교수 숫자 자체는 부족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28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국 의대 40곳에 재직 중인 전임교원은 1만1502명이고, 학생 수는 1만8348명으로 집계됐다. 교수 1인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평균 1.6명이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교원 1인당 평균 학생 수는 7.6명이고, 약학대도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14.9명이다. 약대 교수는 의대보다 가르쳐야 할 학생이 9배 이상 많은 셈이다.

대형 병원이 있는 소규모 의대의 경우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1명 미만’이다. 서울아산병원이 있는 울산의대는 0.4명, 서울삼성병원의 성균관의대는 0.5명이다. 교수 2명이 학생 1명을 가르치는 것이다. 한 대형 병원 교수는 “신입생이 들어오면 교수들이 서로 보려고 경쟁할 정도”라고 했다. 국립인 서울대 의대도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1.2명이다.

이미지=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김성규

그동안 의대 자리는 대학교수란 명예와 중환자를 돌보는 ‘진짜 의사’라는 자부심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 다양한 환자를 만나기 때문에 연구 논문을 쓰기에도 유리했다. 특히 국립대 의대 교수는 퇴직 후 공무원 연금을, 사립대 의대 교수는 사학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과거 사립대 의대의 협력 병원에서 일하는 전임교원은 사학 연금을 받을 법적 근거가 부족해 정부가 연금을 회수하려고 했다. 그러나 2010년 법원 판결로 협력 병원 교수들도 사학 연금 대상자가 됐다. 월 300~400만원 수준이다. 개업 의사를 하면 나이가 많아도 일을 해야 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상대적으로 노후 부담이 적었다. 의대 교수로 정년 퇴임하면 이름이 알려져 공공 병원이나 지방 병원 등에서 체력이 닿는 데까지 일할 기회도 많았다. 의료계 인사는 “한국 의대 교수는 임상(환자 치료)도 하고, 학생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교원 1인당 학생 수로 단순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여러 장점 때문에 의대 소속 교수 자체가 적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입에서 개업의와 차이가 너무 벌어지고 ‘워라밸(일과 가정의 균형)’이 중시되면서 40대 교수를 중심으로 줄사표를 내고 있다. 진료와 교육, 논문 집필까지 하는 격무도 의대 교수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의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5명이 집단 사직했다. 수입이 좋은 개업 마취·통증 전문 병원으로 간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년 동안 소아청소년과 전임의와 임상 교수 의사 6명이 사표를 냈다. 사표를 낸 교수는 30~40대 젊은 교수들이었다고 한다.

경기도 한 대학 병원은 올해 교수 11명이 사직했다. 부산의 한 대학 병원에서는 올 상반기 소화기내과 교수 2명이 사표를 냈고, 충청도의 한 대학 병원도 같은 기간 안과 교수 2명이 거의 동시에 사직했다. 의대 교수들은 “지역과 전공을 불문하고 사표를 줄줄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로 가면 의대 정원을 늘려도 가르칠 교수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대 교수들이 떠나면 대학 병원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분당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대학교수들이 버틸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섰다”며 “대부분의 진료과 교수들이 개업하면 교수일 때보다 3배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정신과 교수는 “교수로 있으면 한 해 1억~2억원을 받지만, 개업을 하면 세금만으로 그 정도를 내는 실정”이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경우,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몇 군데를 돌면서 마취만 해도 한 달에 5000만원은 벌 수 있다는 말이 돈다. 성형수술은 마취 1건에 200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데, 오전 오후 병원을 달리 해서 1건씩 일주일에 3일만 일해도 월 48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학교수의 3~4개월 치 월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