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질병관리청의 신생아 정보에 한 여성이 아이를 100여 명 출산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등 질병청이 신생아 자료를 부실하게 관리한 사실이 6일 확인됐다. 질병청은 2010년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병원으로부터 생년월일과 성별 등을 담은 임시 신생아 번호를 보고받아 왔다. 이 정보를 내부 전산 시스템에 저장·관리한다. 질병청 업무 지침에는 이 아기들이 실제 출생 신고가 됐는지도 확인하게 돼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최근 질병청의 신생아 정보를 조사해 보니, 한 명의 여성이 아기를 수십 명에서 많게는 100명 넘게 출산한 자료들이 무더기로 확인됐다고 한다. ‘100명 출산 여성’은 실제 산모가 아니라 아동 보호 시설 원장 등이었다고 한다. 서울의 한 아동 보호 기관 관계자는 “부실한 신생아 정보가 지금까지 수정되지 않고 방치됐다는 건 질병청이 신생아 정보를 관리하지 않았고 신생아의 출생 등록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직무 유기”라고 했다. 정부 내에서도 “출생 신고가 안 돼 법적 보호를 못 받는 ‘미등록 아동’이 대거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말이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 6월 “2015~2022년생 아동 중 임시 신생아 번호는 있지만 주민 번호는 없는 아이가 2123명에 달한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병원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아이가 어디서 뭘 하는지 파악할 수 없는 미등록 아동이 2123명에 달했다는 얘기다. 미등록 아동은 법적 보호와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실제 이 2123명 아동 중엔 경기 수원에서 부모에게 살해당해 집 냉장고에서 발견된 아기, 경남 거제에서 숨진 뒤 야산에 유기된 아기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자 복지부는 지난 10월에야 감사원 감사 기간(2015~2022년생) 전에 태어난 2010~2014년생 아동 중 임시 신생아 번호만 남아 있고, 주민등록번호는 없는 아동의 실태 확인에 착수했다. 그 결과 병원에서 태어나 신생아 번호는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아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미등록 아동이 9603명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원 조사 기간(8년)보다 3년 짧지만 미등록 아동 수는 4.5배나 많았다.

복지부는 곧바로 이 9603명 아동의 소재와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전수 조사에 착수했는데, 이 직후 질병청 자료에서 ‘100명 출산 여성’ ‘수십 명 출산 여성’ 등을 발견했다고 한다. 정부 안팎에선 “총체적 관리 부실” “사망 아동이 대거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감사원 감사 기간 중 발견된 미등록 아동 중 사망자(249명)는 11.7%였다. 비슷한 비율로 사망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이번 조사에선 11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일부 부정확한 신생아 자료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조만간 정부의 전수 조사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