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을 마무리한 결과, 서울 종합병원 ‘빅 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도 소아과·흉부외과 등 필수 의료 분야에서 대거 ‘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7일 집계됐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는 지원자가 ‘0명’이었다. 서울성모병원의 심장혈관흉부외과도 지원자가 없었다. 반면 피부과·성형외과 등 덜 힘들고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분야는 경쟁률이 높았다.
전공의는 특정 과목의 전문의가 되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하는 의사다. 대형 병원에서 환자들과 접촉 빈도가 가장 높다. 최근 정부가 수가 인상 등 ‘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 등 3곳은 내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17명 정원에 15명, 삼성서울병원은 9명 정원에 7명이 지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10명을 모집하려 했는데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작년 상반기 때도 소청과는 ‘0명’이었다. 빅5 중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만 소청과 정원을 채웠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빅5의 4곳이 전공의 정원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 서울아산병원만 성공했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4명 정원에 1명, 삼성서울병원은 4명 정원에 2명, 세브란스병원은 4명 정원에 3명만 지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원자가 없었다.
산부인과에서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3곳이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10명 모집 공고를 냈지만 소청과처럼 지원자는 0명이었다. 서울아산병원도 9명 정원에 4명만 지원했다. 서울성모병원을 희망한 전공의도 1명이었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만 정원을 넘겼다.
응급의학과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2곳이 ‘정원 미달’이었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8명 정원에 6명, 서울아산병원은 6명 정원에 3명이 지원서를 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산부인과와 응급의학과는 지금도 전공의가 부족한데 이번 전공의 지원자도 적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필수의료 분야 붕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소청과는 2019년부터 상반기 전공의 정원을 못 채우고 있다. 2018년만 해도 정원 208명에 234명이 지원했지만 2019년 지원율이 99%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25.5%까지 추락했다. 산부인과도 2018년부터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2017년 149명 모집에 152명이 지원한 이후 매년 수십 명씩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인기 진료과로 꼽히는 피부과·안과·성형외과는 전공의 지원자가 넘친다. 모집 정원의 2배 이상 지원한 경우도 있다. 피부과의 경우 삼성서울병원은 1명 뽑는데 4명이 지원했고 안과의 경우 서울대병원은 경쟁률이 2대1, 서울아산병원은 2.3대1을 각각 기록했다.
한편 이날 복지부는 전국 140개 수련병원의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집계해 공개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63명 모집에 24명이 지원해 전년보다 지원율이 13.3%포인트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의학과와 산부인과도 지원율이 전년보다 각각 5.6%포인트, 4.5%포인트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