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 서울 백병원이 지난 8월 “누적 적자 1745억원을 감당할 수 없다”며 진료를 중단하고 폐원했지만, 이 과정에서 제기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서울시가 ‘서울 백병원 살리기’를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끝내 폐원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서울 백병원은 1941년 외과의사인 백인제 박사가 설립한 국내 최초의 현대식 민간 병원이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전담 기관이기도 했다.

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 백병원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정치권과 서울시 등의 지원을 받아 다른 활로를 모색할 여지가 있었음에도 폐원을 강행한 부분이다. 여야(與野)는 9월 국회에서 ‘서울 백병원 폐원 대책 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명동에 인접한 서울 백병원을 성형 등 외국인의 의료 관광에 특화된 병원으로 만드는 지원 방안 등이 제시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영찬 전 복지부 차관은 “서울 백병원은 민간 병원이지만 (폐원으로 인한 의료 공백은) 공공의 문제”라며 “경영난을 이유로 한 폐원 결정은 성급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원 방안을 언급했었다. 그는 7월 기자 간담회에서 “서울 백병원을 감염병 관리 필수 의료 시설로 지정하면 용적률 완화가 가능해서 경영상 투자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조영규 서울 백병원 교수협의회장은 10월 출간한 저서 ‘폐원 일기’를 통해 “이사회가 폐원을 서둘러 진행한 건 자기들만의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병원 부지를) 매수할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다거나 하는 이유”라며 “정통성 없는 이사들이 설립자 직계 후손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자신들의 실권을 영구히 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명동 인근의 서울 백병원 부지 가격은 30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인제학원 이사회가 거액에 병원 부지를 팔려고 폐원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병원 측은 “1745억원 적자는 2004년부터 누적된 것으로 그간 경영 정상화 TF 등으로 정상화 노력을 해왔지만 역부족이었다”며 “병원 부지에 대해선 어떠한 계획도 없으며 매수 의향자가 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