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품을 살펴보는 여성 모습./뉴스1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으로 연간 11조원 규모의 ‘저출산 기금’ 또는 ‘저출산 특별회계 예산’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를 키우는 데 직접적 도움이 되는 ‘가족지원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가족지원 예산은 육아휴직급여처럼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직접적 도움을 주는 현금과 현물을 말한다. 한국의 가족지원 예산은 2019년 기준 GDP(국내총생산)의 1.37%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2.11%)의 절반 수준이다.

가족지원 예산 중 보육 시설 같은 ‘현물 지원’은 이미 OECD 평균 수준과 비슷하다. 반면 아동수당 같은 ‘현금 지원’은 GDP 대비 0.32%로 OECD 평균(1.12%)의 30%밖에 안 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양육 관련 현금 지원을 OECD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매년 12조원 정도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을 통해 매년 저출산 재원 11조원 정도를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가정 양립에 특히 중요한 육아휴직 관련 현금 지원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먼저 유아휴직급여의 상한을 지금의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은 60.3%가 돼 일본(59.5%), 독일(65%)과 비슷해진다. 저출산위 연구 조사 결과, 육아휴직급여를 월 10만원 인상하면 출산 후 36개월 이내 추가 출산율이 0.4%포인트 증가했다.

또 현재 직장인에게만 지급하는 육아휴직급여를 자영업자, 농어민으로 확대해 사각지대를 없앨 방침이다. 육아휴직급여의 25%를 복직 후 6개월이 지나면 일괄 지급하는 사후지급금 제도도 폐지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급여를 100% 휴직 기간에 지급하겠다는 의미”라며 “사후지급금 제도는 한국의 실질적인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을 30%대로 낮추는 주범”이라고 했다.

그래픽=정인성

아동수당 지원 연령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지금은 만 0~7세 자녀에게 매월 10만원씩 지급하는데, 지급 연령을 만 0~17세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독일·프랑스·스웨덴도 18세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자녀 수에 따라 수당도 차등 지급할 방침이다. 첫째 자녀는 월 10만원, 둘째는 월 15만원, 셋째부터는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아동수당 지급 기간과 액수를 모두 늘리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충북도의 출산율이 반등한 것은 출산·아동수당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충북도의 작년 출생신고 등록 건수는 전국 17개 시도 중 14위였다. 그런데 올해엔 6월까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충북도가 올해부터 태어난 아기에게 5년간 1000만원의 출산육아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이 출산율 반등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출산 장려 TV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 출산 인식 개선도 시도한다.

정부는 육아휴직급여와 아동수당 확대, 출산 인식 개선 등 핵심 저출산 대책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매년 10조9000억원 정도의 추가 저출산 예산이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 예산을 집행하게 되면 한국의 가족지원 예산도 OECD 수준에 근접하게 된다.

관건은 재원 확보다. 정부는 한해 76조원에 달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내국세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감사원은 최근 이 교부금이 1년에 14조원꼴로 불필요하게 지출됐다고 지적했다. 그러고도 사용처를 찾지 못해 지난해 기준 22조원의 현금을 기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교육세 명칭을 ‘인구·교육세’ 또는 ‘육아·교육세’로 바꿔 이 일부를 저출산 예산으로 끌어 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아동·가족 수당을 지급하는 국가들 대부분은 조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