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의료 헬기는 환자 생명이 분초를 다툴 때만 제한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헬기 사용에 수백만~수천만원의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2일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피습 5시간 뒤 서울대병원에서 혈관 봉합 수술을 받았다. 생명이 분초에 달린 상황이라면 부산대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아야 했을 것이라고 의사들은 말한다. 그런데 이 대표와 헬기에 동승했던 소방 관계자는 “(헬기에서) 바이탈 체크와 산소 공급 등 기본 조치를 했다”고 했다. 아주 위급한 상태는 아니라는 뜻이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초응급이 아닌데 헬기 타고 이송되는 건 일반인의 경우 불가능 아니겠냐”며 “권역외상센터는 부산대병원이 우리나라 최상위권인데도 이 대표는 (권역외상센터도 없는) 서울대병원으로 갔다”고 했다. 이어 “초응급이 아닌 환자도 헬기를 타기 시작하면 기존 응급 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환자 사정으로 전원을 원하는 경우 119 헬기가 이용되는 게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까? 일반 시민들도 앞으로 이렇게 119 헬기를 이용할 수 있는 건가요”라고 했다.
이 대표의 헬기 이송과 관련,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이날 “당시 민주당 당직자가 서울대병원으로 가겠다는 얘기를 먼저 했다”고 밝혔다. 부산 소방본부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이 이 대표의 헬기 이송을 요청했고, 서울대병원은 소방청에 헬기 이송을 요청했다”며 “부산 소방본부와 소방청이 협의해 최종적으론 부산 본부가 이 대표의 헬기 이송을 결정했다”고 했다. 민주당 측이 먼저 이 대표의 헬기 이송을 요청했으며 이를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이 받아들였고 부산 소방본부가 최종 결정했다는 의미다.
지방 의료 불신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부산의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날 “야당 대표도 지방 의료를 믿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 셈”이라며 “유력 정치인부터 이런 식이니 지방 환자들이 서울의 ‘빅5′(5개 대형 병원)로 몰리고 지역 의료가 망가지는 것”이라고 했다. 2022년 서울의 주요 5개 병원에서 진료받은 비수도권 환자는 71만3284명으로, 2013년의 50만425명보다 42.5% 늘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지방에도 뛰어난 진료진과 연구 역량을 갖춘 국립대병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