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상태 외과 교수, 장기이식센터 황가혜 책임, 신금례씨, 김두진 외과 교수./뉴스1

국내 의료진이 B형 간염과 간암을 동시에 앓고 있는 75세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간이식에 성공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간암과 B형 간염이 동반된 신금례(75)씨가 지난해 뇌사자 간이식 수술을 받은 뒤 건강하게 일상으로 복귀했다고 16일 밝혔다.

신씨는 지난해 8월 황달과 피로 등의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신씨는 B형 간염 보균자로 검사 결과 간암도 진행된 상태였다. 그는 집중치료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신씨는 뇌사 기증자의 간을 이식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의료진은 고령인 환자가 수술을 잘 견디고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고민이 컸다고 한다. 신씨의 가족들은 수술을 원했고, 김두진 외과 교수와 최상태 교수 등 길병원 간이식팀은 이런 의사를 반영해 수술을 결정했다.

신씨는 지난해 8월 23일 뇌사자 간이식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신씨도 점차 건강을 되찾아 그해 9월 14일 퇴원했다. 지난 12월 27일 병원을 찾았을 때는 느리지만 혼자 걸을 수 있었고, 간단한 일상생활도 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식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1990년대 이후 간이식을 받는 환자의 연령이 높아졌으나, 신씨의 사례처럼 75세 이상 고령의 환자는 이식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간 이식 시행 이후 2022년까지 전국적으로 약 50여 명의 75세 이상 환자가 간이식을 받았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은 최근 1~2년 사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간이식은 수많은 혈관을 연결해야 하는 고도의 수술이다. 이식 후에도 혈관 문합부 합병증 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뇌사자 간이식의 경우,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일부 떼어 이식하는 생체간이식과 달리 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수술 날짜를 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부담이 있다. 이식 후 1년 이상 생존율 또한 생체간이식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이번 수술을 맡은 김두진 교수는 “고령자의 경우 이식 후 폐, 신장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다 감염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더 숙고해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면서 “75세 이상 고령일지라도 신체 지표나 활력도가 나쁘지 않고 환자가 회복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