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을 앓는 청소년들이 급증하는 가운데 10대들이 받은 의약용 마약류 처방량도 늘고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 마약류 범죄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0대에게 처방된 의료용 마약류가 2019년 3608만개에서 2022년 4932만개로 증가했다. 청소년 1인당 처방량은 2019년 54개에서 2022년 81개로 48.6% 늘었다. 항불안제와 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 등으로 처방전을 받았다. 의료용 마약류는 중독 및 부작용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의료진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아주대 이범진 약학대 교수는 29일 “의료용 마약류는 합법이라 (청소년들이) 요구하기도 쉽고 손대기도 쉽다”며 “환자들이 더 필요하다며 처방량을 늘려달라고 하면 의사들이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청소년들이 ‘좀비 마약’으로 부르는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성분을 남용하는 것도 문제다. 펜타닐은 모르핀 100배 이상 중독성으로 환각 효과를 일으켜 암 환자 등 중증 환자에게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피부에 붙이는 ‘펜타닐 패치’는 병원 처방전만 받으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비교적 싸고 쓰기도 편해 청소년들이 손을 많이 대고 있다. 국내 전체 연령대의 1인당 펜타닐 패치 처방량이 2019년 18개에서 2022년 19개로 4.2% 증가하는 동안 10대들에게 처방된 펜타닐 패치는 45개에서 83개로 84.2% 급증했다. 20배 많은 수치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펜타닐 패치를 여러 개 모은 뒤 불에 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등 환각 목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의약용 마약류를 구할 수 있다. 식욕억제제인 일명 ‘나비약’이나 펜타닐 패치를 검색하고 돈을 내면 배달까지 해준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어떤 종류의 마약류를 얼마나 처방받았는지 확인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10대 마약 사범은 빠르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 사범은 2019년 239명에서 작년 1~11월까지 1380명으로 5년 만에 6배 가까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