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중학생 신모(14)군은 수년간 게임 중독을 앓았다. 자기 방에서 밤새 게임만 했다. 학교엔 늘 지각했고 친구들은 ‘게임 오타쿠(オタク·마니아)’라고 놀렸다. 신군은 자신을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자책했다. 작년 말 심각한 우울증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하려고 했더니 빈자리가 없어 이번 달에야 입원할 수 있었다. 신의진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29일 “과거 성인 조현병 환자들을 수용하던 세브란스 폐쇄 병동 30개가 최근은 1020 청소년들로 꽉 차 있다”며 “대부분 우울증이 심해져 자해·자살 시도를 한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우울증·자해 등으로 정신과 마음이 아픈 1020 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1020의 정신과 입원 환자는 1만3303명으로 전체 환자의 14.6%였다. 그런데 재작년엔 1만6819명(22.2%)으로 5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것도 문제다. 국립중앙의료원 등에 따르면,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자해·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온 4만3268명 중 46%(1만9972명)가 10~29세였다. 최근 5년간 전체 자해·자살 시도자가 11.7%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10대와 20대는 각각 52.5%, 68.9% 급증했다. 이들이 자해·자살을 시도한 가장 큰 원인은 ‘정신과 문제(44.1%)’였다. 그런데도 부모들 중엔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 등으로 “우리 애는 사춘기일 뿐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우울증 환자도 10대와 20대에서 가장 빨리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등으로 인한 공격·충동 성향이 안으로 발현하면 자해, 밖으로 나타나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요즘 1020 사이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기 신체 일부를 훼손한 사진, 일명 ‘자해 전시’ 사진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환각 효과를 일으킨다고 소문난 특정 감기약을 다량 복용해 응급실에 실려간 ‘약물 자해’ 후기도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