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식(61)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7일 “정부가 ‘의사 부족’이란 잘못된 주장을 계속해 많은 국민을 착각하게 만들었다”며 “2000명 증원은 의대 교육의 질적 하락과 의대 쏠림, 국민 의료비 증가 등의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우 원장은 “의사 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 아니라, 우리와 의료 제도·환경이 비슷한 일본과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이어 “고령화율(65세 이상 비율)이 20%인 시점에 일본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8명이었지만 한국은 2.84명”이라며 “그 차이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일본보다 의사가 3만명 이상 많다”고 했다.
-정부가 발표한 ‘2000명 증원’을 예상했나.
“의료계가 예상한 범위를 뛰어넘었다. 현재 정원인 3058명의 65%를 늘리는 것이다. 2000명 증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정부는 OECD 평균과 비교해 의사 수가 적고, 2035년까지 1만5000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대폭 증원’이란 결론을 정해놓고 갖다 맞춘 근거다. 대부분의 OECD 국가는 우리와 의료 제도·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예컨대 영국은 의사가 공무원이다. 의사 수가 더 많을지 몰라도 의사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든 나라다. 우리가 매년 2000명씩 증원하면 2049년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5.45명으로, OECD 평균인 5.41명도 뛰어넘는다.”
-의사 규모는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나.
“의료 보장 체계, 인구 변화가 우리와 비슷한 일본을 보는 게 적절하다. 의사 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고령화율이다. 고령화율이 15%, 20%일 때 양국 의사 수를 보면 된다. 일본이 고령화율 15%였던 1996년에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84명이었다. 고령화율이 20%에 이른 2006년엔 2.08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율 15%였던 2019년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46명이었고, 고령화율이 20%에 달할 2025년엔 2.84명으로 예상된다. 양국 고령화율이 같을 때 의사 수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우리가 일본보다 3만명 이상 많다는 얘기다.”
-많은 국민은 의사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국민 10명 중 8~9명이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전체 의사가 아니라 필수·지역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이다. 지금 시스템에선 의사를 많이 뽑아도 필수·지역 의료 인력이 부족한 문제는 안 풀린다. 많이 뽑으면 부족한 쪽으로 갈 것이란 ‘낙수 효과’도 검증되지 않았다.”
-당장 닥칠 부작용은 무엇인가.
“의대 교육 질 저하와 의대 쏠림이다. 현재 전국 40개 의대에서 한꺼번에 늘어난 2000명을 제대로 교육할 여건이 안 된다. 기초 의학 교수와 시설이 부족해 해부 등 임상 실습이 어렵다. 의대 쏠림도 더 심해질 것이다. 정부 발표 하루 만에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까지 입시 학원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 의학전문대학원 신설 때처럼 이공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의대들은 정원을 5000명까지 늘려도 문제없다는 입장인데.
“학교 입장에선 의대 정원을 늘리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의대 학장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면 정반대 답이 나왔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어떤 부작용을 예상하나.
“국민 의료비 부담이 커질 것이다. 의료 분야는 특수해서 공급자인 의사가 늘면 새로운 의료 수요를 만들어낸다. 2000명씩 계속 늘리면 2040년엔 국민 한 명이 매달 6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인구 1000명당 의사 1명이 늘면 의료비가 22% 증가한다는 건강보험공단 연구 결과도 있다.”
-정부가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며 ‘정책 패키지’도 내놨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저출생이 심각한데 2000명 더 뽑는다고 누가 선뜻 소아과나 산부인과로 가겠나. 파격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의료 사고 때) 형사 처벌 부담도 덜어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사망 사고는 빠졌다.”
☞우봉식 연구원장은
재활의학과 전문의. 한양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서울 노원구의사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싱크탱크인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의료 정책 연구·조사를 책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