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뉴스1

정부가 발표한 의대 증원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여서 ‘충격요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국장은 7일 본지 인터뷰에서 “2006년부터 19년째 의대 정원(3058명)을 한 명도 늘리지 못한 결과가 심각하다”며 “당장 대폭 증원을 하지 않으면 10년 뒤 (소아과·외과 등) 필수 의료와 지방에서 감당 못 할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내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수준 크게 늘린 이유는.

“우리나라는 현재도 의사가 5000명 부족하다. 지금도 소아과·산부인과 의사가 없고 지방 공공 의료 기관은 (의사가 없어) 비어 있는 진료과가 굉장히 많다. 급속한 고령화까지 감안하면 2035년엔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하다. 방치하면 상상도 못 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의협과 합의해 처리할 수 없었나.

“의협의 얘기대로 매년 350명 정도를 증원하면 6년 뒤 2100명 정도의 의사(일반의)밖에 배출이 안 된다. 지금 당장 부족한 의사 수도 충족할 수 없는 인원이다.”

-의사 단체들은 의대 증원을 해도 의사들이 필수 의료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정부도 의대 증원이 모든 문제의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달 초 의협이 요구해온 필수 의료 수가(의료행위 가격) 인상, 의료 소송 부담 대폭 완화 등을 담은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의대 증원이 필요한 이유는.

“정부는 지금까지 흉부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 진료과에 대한 수가를 지속적으로 올려왔다. 그런데도 의사가 적으니 필수 의료가 계속 무너지더라. 의대 증원 없이는 다른 지원책을 내도 한계가 있었다.”

-의사 단체는 이번 정부 결정이 일방적이라고 한다.

“정책은 정부가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의협과 이 문제로 27차례 만나 대화했다. 특정 직역의 허락을 얻어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의협은 10여 년 뒤엔 되레 ‘의사 과잉’ 상태가 될 것이라 한다.

“정부는 의협의 의사 수 추계도 검토했다. 의협은 의사의 연평균 증가율이 2.84%로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을 호도하는 수치다. 의협은 2012년과 2014년에도 ‘10년쯤 뒤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 도달한다’고 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지 않았나.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3.7명)에도 못 미치는 최하위권 수준이다.”

-의사 단체들은 정부 추계가 비과학적이라고 한다.

“동의할 수 없다. 정부는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 전공의 현장 근로 시간, 연령별 의사의 생산성 등 다양한 요인을 추계에 반영했다. 다수의 전문가 조언도 얻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모두 10년 뒤쯤엔 의사가 1만명 이상 부족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의대 교육 부실화 우려도 많다.

“작년 말 전국 40개 의대의 수요 조사를 해보니 올해 입시에서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을 증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현장 검증도 했다. 부족하면 정부가 직접 국비 지원을 할 것이다.”

-의사 수가 늘면 환자가 내는 의료비도 증가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독일·일본 등 주요국에서 의사 수와 의료비의 상관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의료비가 느는 것은 환자가 부족했던 필수 의료 등을 충분히 받게 되는 경우와 의사가 과잉 진료를 하는 경우 두 가지다. 전자는 바람직한 것이고, 후자는 과잉 진료가 문제지 의사 수와는 관계 없다. 오히려 의사 수 증가로 경쟁이 생기면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의대 신설은 어떻게 되나.

”의대 신설은 부속 병원과 장비를 마련하고 인력도 확보해야 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번 대책엔 넣지 못했다. 계속 검토하겠다.”

-피부·미용 등 고가의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던 거 아닌가.

”그동안 급여(건강보험 적용) 진료 중심으로 감독을 해왔다. 앞으로는 가령 미용 시술의 적정성, 도수 치료 남용 등 비중증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

☞정경실 정책국장은

행정고시(40회) 출신으로 보건의료정책과장, 보험정책과장 등을 지낸 ‘의료 정책통’이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각각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