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예고대로 19일 무더기 사직서를 내면서 의료 현장 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전공의는 이날 병원을 떠났고 서울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삼성·서울성모)의 전공의들은 20일부터 출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역 거점 병원 전공의들도 잇달아 사표를 내고 있다. 주요 병원에서 수술 보조와 응급처치 등을 맡는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응급실 운영은 파행이 불가피해진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날 “오늘부터 응급실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수술 일정을 절반 미룬 대형 병원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응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참모들에게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 “지난 정부처럼 지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221개 전체 수련 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 유지 명령’을 발령했다. 의료인이 정부 명령을 어겨 고발되면 징역형 등에 처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날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2명에 대해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 통지서를 발송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파업) 주도자에 대해선 구속 수사도 염두에 두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비상 진료 체계를 가동했다. 복지부는 전국 응급 의료 기관 409곳에 대해 이송과 전원을 지원한다. 국군병원 12곳의 응급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군의관과 공보의(전국 1400여 명)도 투입할 예정이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비대면 진료도 전부 허용한다. 서울의 병원 관계자는 “전국 전공의가 1만3000여 명이라 비상 진료 체계로는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고 했다.
경실련은 이날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중단을 ‘담합’으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집단 행동을 비판하는 ‘촛불 시위’ 등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