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시한 자료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다. 급속한 노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해 2035년엔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2035년 기준으로 KDI는 부족한 의사 수를 1만650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9654명, 서울대 홍윤철 교수 연구팀은 1만816명으로 추산했다. 복지부는 현재도 5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의대 6년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려면 지금부터 2000명씩 뽑아도 모자란다”고 했다.
반면 전국 40개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 학장들은 이날 성명에서 “(의과)대학이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교육 당국에 제출한 것에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으려면 증원 규모는 350명 수준이 적절하다”고 했다. 2000명이란 증원 숫자는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표를 내면서 이날 병원 곳곳에선 혼란이 빚어졌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 70대 노모를 모시고 온 박모(45)씨는 “어머니 항암 치료가 오늘 잡혀 있었는데 파업으로 치료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병세가 악화하면 병원이 책임을 질 것이냐”고 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유도 분만할 예정인 임신부 김모(35)씨는 “전공의 파업으로 무통 주사를 못 놔준다고 해 난감하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선모(64)씨는 “전남 광양에서 악성 림프종 4기인 89세 노모를 앰뷸런스에 태우고 올라왔다”며 “그제 전화로 ‘입원 예약을 취소해 달라’는 병원 연락을 받았지만 무작정 버텨볼 심산”이라고 했다. 인터넷에는 ‘서울대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쌍둥이를 출산할 예정이었으나 수술 하루 전 연기 통보를 받았다’는 글도 올라왔다.
응급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서울에 사는 김모(52)씨는 동생의 다리 절단 수술을 위해 1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의사가 부족해 환자를 못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