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지역·필수 의료, 중증 진료에 대해 정당하게 (정부가) 보상을 하고, (의사의) 사법 리스크도 줄여 의사 여러분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책임지고 만들겠다”고 했다. 그동안 내과·산부인과·소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진료과 의사들이 줄곧 요구해온 ‘수가 인상’과 ‘의료 소송 부담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의사 단체들은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 더 늘린다고 해도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 의료를 전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왔다.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우리나라 수가(건강보험이 병원에 지급하는 돈)가 현실화하지 않는 한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많이 벌 수 있는’ 피부·미용 등 인기학과로 몰릴 것이란 얘기다. 대한의사협회(의협)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뇌혈관 내 수술’ 수가는 142만원으로 일본의 700여 만원에 비해 21% 수준에 그친다. ‘두개 내 종양 적출술’의 우리 수가는 245만원으로 일본의 15% 수준이다. 우리나라 수가는 영상진단료, 검사료 등을 제외하면 원가의 50~60% 수준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필수 진료과는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다. 그만큼 의료 사고로 의사가 민·형사 소송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의사 단체들은 필수 의사의 민·형사상 소송 부담을 낮추는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해 왔다. 의협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 기소율은 의사 수 대비 0.5%로 일본 0.02%, 영국 0.01%와 비교할 때 20배 이상이다.

하지만 상당수 의사들은 “정부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거에도 정부가 “필수 의료 수가를 높이고 의사 소송 부담을 낮추겠다”고 여러 차례 발표했지만, 실현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한 서울 지역 의사는 “필수 의료 수가를 얼마나 올릴 것인지, 여기에 투입되는 재원은 어디에서 얼마를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밝힌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