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성모병원 인턴이던 류옥하다(26) 전공의는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필수 의료 인력 부족 같은 현재 의료계 문제가 정말 의사 수 부족 때문에 일어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의대 증원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를 지냈었고 지난 16일 사표를 냈다.

류옥씨는 이날 “의료계 문제의 핵심은 의사 수가 아니다”라며 “의료 기술 발전으로 (환자 치료가 쉬워지는 등) 생산성 향상 등을 충분히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제시한 ‘필수 의료 지원 패키지’에 대해 “하나하나 겉포장은 그럴듯한데 뜯어보면 다 썩은 과일”이라고 했다. “구체성이 떨어지고 허술하다”는 말도 했다. 실제 정부의 ‘패키지’에는 난도, 숙련도 등에 따라 수가(건강보험이 병원에 주는 돈)를 차별화하고 분만·소아 수가를 어느 정도 올리겠다는 내용 정도만 있고 다른 필수 의료에 대한 구체적 인상률은 없다. 지역 의료 수가 인상도 수치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정부가 흉내 내기식 대화와 기존 자료의 짜깁기, 왜곡을 통해 2000명이라는 증원 수치와 필수 의료 패키지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했다.

류옥씨는 “병원 막내인 전공의는 모든 잡일을 한다”며 “많게는 100시간 넘게 일하면서 월 200만~40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정원이 증가한다고 전공의 일이 줄어들거나 환경이 개선되지는 않는 구조”라고 했다. 병원 환경 개선이 우선이란 뜻이다. 그는 “정부가 전공의들이 하루 몇 시간 일하고, 어떤 처우를 받으며, 얼마나 버는지 알고 정책을 추진하는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그는 병원으로 먼저 복귀해 정부와 대화하는 문제에 대해선 “반대로도 얘기할 수 있다”며 “정부가 먼저 잘못된 정책을 백지화한 뒤 전공의들이 복귀하면 안 되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전공의들이 돌아올 유인을 만들어주면 병원으로 갈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 정책 백지화 이전엔 안 돌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류옥씨는 “저는 그렇다”고 답했다.

류옥씨는 사표를 낸 이유에 대해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부정당하는 느낌이었고 더는 일을 못 하겠다는 생각으로 사직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집단 행동’ ‘파업’이란 단어를 쓰며 면허 박탈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직장에 답이 없어 보이니까 그만두는 것”이라고 했다. 개별 사직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전공의 3분의 1 혹은 2분의 1은 정말 안 돌아갈 수도 있다”고 했다. 혼자 사직서를 내기 무서워서 같이 나가는 것 정도인데 “이것이 굉장한 불법이라면 잡아가라”고도 말했다.

그는 “병원을 나올 때 가장 눈에 밟혔던 것이 환자들”이라며 “그런데도 병원을 나온 것은 (증원) 정책이 시행됐을 때 무너진 의료 체계로 큰 피해를 당할 환자들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도 뉴스를 볼 때 제가 있던 병원을 계속 검색한다”며 “혹시 사고가 터지거나 돌아가신 분은 없을까 걱정돼 개인적으로 친한 간호사에게 연락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류옥씨는 “(전공의들이) 사명감을 갖고 필수·지역 의료에서 종사할 수 있게 도와 달라. 정부에 호소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