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입원실을 지키던 전공의 대부분이 집단 사직서를 내고 자리를 비운 지 3일째인 22일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 가중됐다. 서울 ‘빅5′로 불리는 주요 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의 수술·입원 일정이 줄줄이 연기·취소되자, 환자들이 중형 병원으로 몰리면서 진료·수술 차질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보건 의료 위기 단계를 현재의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총리가 지휘하고 관계 부처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꾸려지게 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21일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 병원 소속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표를 제출했다”며 “이 중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8024명(64.4%)이었다”고 발표했다. 전날보다 사직자는 459명, 근무 이탈자는 211명 늘었다.
이날 빅5 병원은 수술·입원을 평소의 50%까지 줄였다. 빅5엔 전국의 중환자들이 몰려든다. 병상 수가 1만개 이상이고, 하루 외래 환자만 5만명이 넘는다. 이곳으로 가지 못한 환자들이 중형급 종합병원 등에 집중되면서 의료 혼란이 전방위로 번지는 양상이다.
서울에 사는 최모(70)씨는 이날 “남편이 점심을 먹다가 쓰러져 평소 다니던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에 가려 했는데 ‘전공의 파업 때문에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며 “간신히 서대문구의 병원을 찾아 응급 처치를 받았다”고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병상이 꽉 차 더 수용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강원도 양양에 사는 60대 당뇨 환자는 21일 오전 오른쪽 다리에 괴사가 일어나 119 구급차를 불렀다. 그러나 강릉·속초에 있는 병원 모두 “전공의 파업으로 여력이 없다”고 했다. 이 환자는 수백 km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3시간 만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