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들은 25일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로 일주일째 의료 파행이 이어지는 데 대해 “의료 현장이 마비되면서 장애인들은 비(非)장애인보다 휠씬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했다.
김민수 장애인연대 대표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의료 파업이 장기화되면 의료와 밀접한 장애인들의 피해는 비장애인보다 2~3배는 심할 것”이라며 “대중을 볼모로 잡아서 목적을 달성하는 행위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발달 장애인들은 지방에 재활 시설이 부족해 주기적으로 수도권에 방문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의료 파업으로 밀리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신체 장애인보다 표현 능력이 부족한 발달 장애인들은 치료나 검사가 연기될 경우 중증 상태로 이어질 때까지 방치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어 “노인, 발달장애인, 중증 장애인들의 의료 서비스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의대 정원 증원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도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의료 공백 사태로 장애인들은 더욱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장애인들은 평소에도 이동이 어려워 병원에 가기조차 힘들고 지방에서 오거나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외래 진료를 예약하기 위해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30대 남성 A씨는 최근 루게릭병이 악화돼 입원 날짜를 잡아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의료 파업 이후 병원으로부터 입원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입원 날짜가 무기한 연기돼 가정에서 치료를 받으며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 사는 30대 루게릭병 환자 B씨도 의료 파업으로 정기 검사가 다음 달 10일로 연기됐다고 한다. B씨 보호자는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거라 다시 연기될지 안 될지도 다음 달이 돼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