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등에서 수련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일반 기업으로 치면 ‘수습 직원’에 해당할 수 있다. 인턴으로 1년간 여러 진료과를 경험하고, 이후 전문 과목을 정해 레지던트로 3~4년간 수련한다. 2022년 기준 인턴 3137명과 레지던트 9637명 등 전국에 있는 전공의는 모두 1만2774명이다. 개원의 등 전체 의사 13만4953명의 9.5%를 차지한다.
그런데 전공의 비율을 상급 종합병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급 종합병원에선 중증·응급 환자의 수술과 치료가 대부분 이뤄지는데, 전공의 비율은 37.8%에 이른다. 서울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은 전체 의사 7042명 중 39%인 2745명이 전공의다. 전공의가 파업하면 국내 병원 중추인 ‘빅5′부터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일주일 평균 77.7시간을 근무하며, 전공의 52%는 주 80시간 넘게 일하고 있다. 이들은 수술 보조와 응급실 근무, 입원 환자 치료 등을 맡고 있다.
반면 미국·일본 등 대형 병원에선 전공의 비율이 10% 안팎에 그친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로체스터 본원은 전공의 비율이 10.9%, 일본 도쿄대 의학부 부속 병원은 10.2% 수준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해외 주요국은 병원이 (전공의 아닌) 전문의를 많이 고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며 “미국은 병원이 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려면 응급 환자를 수술하고 진료하는 인력이 24시간 365일 있어야 한다는 지침이 있어 각 병원은 전문의를 진료 분야별로 6~7명씩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용범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미국·일본·영국 등 대형 병원에서 전공의 비율이 낮은 것은 전공의 월급을 정부에서 주기 때문에 병원이 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국내 병원들이 저렴한 인건비로 의사를 많이 확보하려고 전공의들을 병원 ‘손발’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