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 일부를 맡기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이 시작된 2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 ‘빅5′ 병원의 한 교수가 지방의 소아과·산부인과를 늘리기 위해서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가 적어도 유지할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유튜브가 낳은 의대교수였던-유나으리’ 채널에는 전날 ‘빅5 현직 의대교수가 2024 의료대란에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보내왔습니다’ 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채널은 현직 안과의사인 전 서울백병원 이동익 교수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수도권 대형 병원인 ‘빅5′ 병원에 근무하는 현직 교수라고 밝힌 A씨는 “제 명의로 영상을 올리면 병원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고, 집에서도 반대가 심하다”며 익명으로 해당 채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담긴 영상을 투고했다. 영상의 제목은 ‘의사 수 늘린다고, 의사들이 지방으로 갈까?’다.

A씨는 “국민들이 밥그릇 싸움으로만 생각하고 너무 안 좋게 생각하시기에 이야기하기로 했다”며 “정부는 지방에 소아과와 산부인과가 없는 게 문제라고 한다. 이건 의사가 잘못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왜 지방에 소아과·산부인과가 없냐면, 지방에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며 “출산율이 낮아지니까 소아 환자도 없고 임산부도 없다. 환자도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늘리면 환자가 없는 지방에 가서 누군가는 소아과·산부인과를 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 가정은 잘못됐다”고 했다.

'빅5' 병원 현직 교수는 지방의료 해결책으로 국가에서 병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튜브가 낳은 의대교수였던 - 유나으리

A씨는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건물, 의료기기, 수술기기, 직원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기에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40명의 환자를 봐야 한다는 게 A씨의 말이다. 그는 “지방 소도시에는 환자가 없으니 하루 30명의 환자밖에 못 보고, 그럼 적자를 보게 된다”며 “그래서 소아과·산부인과가 없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실은 환자를 보면 볼수록 적자니까 얘기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유럽 등은 지역 의원의 경우 국가에서 지어 관리한다. 그렇기에 의사들이 하루 20명의 환자만 봐도 병원 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A씨는 “훌륭한 기업가가 적자날 것을 감안하고 지방에 병원을 세우는 경우도 있긴 있다”며 “의사가 이제 공부해서 나왔는데, 마이너스 될 걸 생각하고 시골에다 소아과·산부인과를 개원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방의 환자가 적은 곳에서는 병원을 유지할 수 있는 확률이 거의 0%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곳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해결책으로 국가에서 소아과·산부인과가 있는 병원을 지어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없는 지방에 국가에서 학교를 지어 운영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했다. A씨는 “근데 지금 이걸 의사에게 하라는 것”이라며 “의사 입장에서 보면 정부 정책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정부 이날부터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현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료 지원 인력을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의 주를 이룰 간호사들은 오히려 반발하는 모양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 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어 의료 행위를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진료보조(PA) 간호사는 늘 불법이라는 시선을 받아왔다. 앞서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3일 불법진료에 내몰리는 간호사들을 보호할 간호법과 같은 법적 장치 등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