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와 대전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가 28일 오전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진료 거부 중단과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2024.2.28/연합뉴스

임신부 한 명이 지난 27일 “(전공의 집단 사직서 제출 사태로)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해 아기를 유산했다”고 피해를 신고해 정부가 조사에 착수한다. 출산이 임박했던 이 여성은 “산도(産道·출산 시 아기가 나가는 통로) 이상으로 서울의 모 대학 병원에서 수술받으려 했지만, ‘수술할 여력이 없다’고 거부했다”며 “다른 병원을 찾아보다가 결국 유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9일 즉각 대응팀을 해당 병원에 보내 현장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 측은 “우리 병원에서 태아가 사망한 경우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사태로 의료 파행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보건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 센터’에도 각종 피해 사례들이 접수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19일부터 27일까지 총 671건의 상담이 이뤄졌는데 이 중 의료 파행 사태와 관련된 피해 신고는 304건이 접수됐다. 피해 신고의 75%가 수술 지연(228건) 건이었다.

환자 A씨의 경우, 지난 22일 투석 치료를 받다 혈관에 문제가 생겨 급하게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다른 병원에 수술이 가능한지 문의했지만 “의사 파업으로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간신히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긴 했지만, A씨는 23일 새벽 결국 숨졌다. A씨 가족들은 복지부에 이런 내용을 신고하면서 “수술 지연으로 심장에 무리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1개월 신생아를 둔 B씨는 피해 신고·지원 센터에 “수신증(신장 이상 증상) 때문에 우리 아이가 등에 호스를 꽂은 채 계속 생활하고 있는데도, 수술 날짜를 못 잡고 있다”고 피해 신고를 했다. 지난 17일 수신증이란 검사 결과를 받았지만, 대학 병원에 수술할 의사가 없어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한다.

4기 간암 환자인 C씨도 비슷하다. 지난 21일 입원할 예정이었지만 ‘전공의가 사직서를 내 수술이 불가하다’고 통보받았다. C씨는 “주말부터 내내 몸이 아프다”며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다시 진료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식도암을 앓고 있는 D씨 역시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입원이 취소돼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며 “입원하지 않으면 실비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병원비 부담이 커 치료를 중단할 상황”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척추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라는 E씨는 “진료 의사가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진이 없는 데다, 나도 곧 파업에 참여하니까 어머니를 모시고 퇴원해 달라’고 알려왔다”는 내용을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