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 남은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을 조롱하듯 ‘참의사’라고 부르고 병원별로 잔류한 전공의 명단 등을 공개한 글이 의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최근 의사 보안 메신저에는 ‘참의사 전공의 있는 (환자) 전원 가능한 병원’이란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병원별·과목별 남은 전공의 숫자가 나오고, 일부는 이름 3글자 중 2글자가 공개됐다. 이름 옆에는 ‘혼자만 공식 계약’ ‘무계약 근무’ 등의 내용이 적혔다. 명단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여기엔 ‘(남은 전공의) 이름 다 확보해달라’ ‘OO병원 실망스럽다’ 같은 댓글도 달렸다. ‘OO병원에 1명 돌아왔다고 한다’ 등 복귀한 전공의를 제보하는 댓글도 있었다. 한 병원 관계자는 “환자 걱정으로 병원에 남은 전공의들을 색출하려는 것”이라며 “의사들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으면 ‘왕따’시키겠다는 협박으로 보인다”고 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참의사 명단’을 언급하며 “어느 병원에 몇 년 차 누가 복귀했는지 정리한 명단이 있고 실명까지 적혀 있다”고 했다. 이어 “파업에 반대하는 듯한 글만 올라와도 온갖 상욕에 ‘밤거리에서 뒤통수를 후리겠다’ ‘칼로 배XX에 쑤셔 버리겠다’는 댓글이 수백 개 달린다”며 “(정부의) 3개월 면허정지보다 제가 속한 이 집단이 더 무섭다”고 적었다. 의대생들 간에도 집단 휴학을 강요하거나 휴학 불참 학생을 색출하려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한 의대생은 “휴학을 원치 않는 학생도 선배나 동료의 눈치 때문에 수업에 빠지고 있다”고 했다.
경찰청은 이날 “복귀한 전공의 등의 실명을 게시하는 행위나 협박성 댓글은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중한 행위자에 대해선 구속 수사 추진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 진료와 진료 복귀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법과 절차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19일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는 전공의 행동지침 글을 올린 작성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조만간 소환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작성자는 서울에서 근무하는 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작성자의 신원 파악에 필요한 서버 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커뮤니티 운영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