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총회 연 의대교수협 - 9일 밤 서울 중구 모처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긴급 총회에 참석했던 교수들이 회의 후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병원을 집단 이탈한 가운데 대학 병원 교수들도 사직 의사를 밝히는 등 동요하고 있다. 전국 의대생 상당수도 수업에 불참하고 있는데, 복귀하지 않으면 대규모 유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의대 교수는 “휴학계를 내고 등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 14일쯤”이라며 “수업일수를 채우려면 이번 주 온라인 강의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환자 곁을 지키겠다는 교수도 많지만 (면허정지 등으로) 전공의 제자들이 다치는 것은 참지 않겠다는 분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아산·세브란스병원 등 여덟 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은 최근 소속과 실명을 밝히고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 선언’이라는 사이트를 열어 연대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료 파행)가 종식되지 않을 경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며 “모든 이해 관계자는 이성을 되찾고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함께 허심탄회하게 합리적 방안을 논의해 해법을 도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환자를 위해 현장에서 사력을 다하며 매일을 버티고 있지만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최악의 의료 파국이 임박하고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도 했다. 10일 오후 2시 기준 전국 수련 병원 교수·전문의 등 5236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사직 의사를 밝히는 교수들도 속출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울산의대, 가톨릭의대, 원광·경상대 의대 일부 교수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의대 증원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 전공의 의견을 무시한 정부와 대학 본부의 일방적 진행에 항의한다”고 했다. “전공의와 학생들이 면허정지나 유급 등 불이익을 당하면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도 했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긴급 총회를 열고 사직서 등 집단행동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대형 병원은 교수들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데 (교수마저) 이탈하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했다.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은 이날 학술 대회에서 “갑자기 2000명을 늘리는 것으로는 (의료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정부는 500명 이하 규모에서 점차 정원을 늘리는 것을 논의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겁박만 해서는 의업을 포기하고 숨어버린 전공의들을 끌어내지 못한다”고도 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도 성명에서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는 설득과 협조의 대상이지 압박과 강압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이들에게 의료 이탈자라는 오명을 씌우고 있다”고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현재 근무 중인 전공의 선생님들에 대해서 비난할 의사가 없다”며 “일부 온라인상에서 실제로 그러한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면 중단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탈한 일부 전공의가 복귀한 동료를 색출해 비난하거나 복귀를 막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자중하자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절차를 지켜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전체의 29%인 5445명이다. 지난 8일까지 수업 거부가 확인된 학교는 총 10곳이다. 의대 교수들은 “학생 익명성을 보장하는 수업 재개”를 공지하기도 했다. 한양대 의대 한 교수는 “11일부터 수업을 재개한다”고 학생들에게 통보했다. 그는 “본 과목에 대한 수업 거부는 단체행동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으며 존중한다”면서도 “마찬가지로 수업 참가를 희망하는 개인이 있다면 이 또한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기에 참가자 익명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