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탈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158명을 일선 병원에 파견한 가운데 이들에게 “(진료를) 당연히 거부하라”며 태업하는 방법까지 적은 글들이 의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 커뮤니티는 의사나 의대생 신분이 증명돼야 가입할 수 있다.
최근 의사 보안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차출 군의관 공보의 행동 지침’이란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인턴과 주치의 업무, 동의서 작성 등은 법적 문제 책임 소지가 있으니 당연히 거부하라”고 적었다. 인턴 업무는 한 건당 10만~20만원 이상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작성자는 “환자에게 설명하는 일도 당연히 거부하라”고 했다. 수술 참여와 상처 치료, 소독 후 붕대 처치 등도 하지 말라고 종용했다. 또 “주중 당직은 100만원 이상, 주말 당직은 250만원 이상, 응급의학과는 24시간 근무는 하루 급여 300만원을 요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커뮤니티에는 ‘군의관 공보의 진료 지침’이란 글도 올라왔다. 작성자는 “병원에서 나에게 일을 강제로 시킬 권한이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며 “전화는 받지 말고 ‘전화하셨어요? 몰랐네요’ 대답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병원 업무 대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전공 책이나 읽으라고도 했다. 이어 “공보의와 군의관 의무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 전부이고 병원 내에서 일을 조금이라도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도 적었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날 메디스태프의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직원 등 2명을 증거 은닉 혐의로 입건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달 이 커뮤니티에는 전공의 집단 사직과 관련해 ‘처방이나 인수인계 지침 등을 삭제하고 나오라’는 내용의 행동 지침 글이 올라왔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해당 글을 올린 현직 의사를 지난 9일 업무방해 혐의로 불러 조사하자, 메디스태프 CTO 등은 사이트의 전산 자료 등을 숨기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메디스태프에는 병원에 남은 전공의들을 조롱하듯 ‘참의사’라고 부르고 병원별로 남은 전공의 명단 등을 공개해 색출하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